종말예행연습
천가을(千秋)
“어차피 죽을 텐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죽기 직전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사랑해야 한다.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을 가져야 한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려야 한다.
앗, 너도 나와 같구나.
그렇다면 우리 둘이 사귀는 거 어때?
어차피 모든 것이 사라진 뒤에는
두 사람에 대한 기록도 어디에도 없겠지만.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에,
있지도 않은 의미를 부여해.
서로의 육체를 탐내면서,
거짓된 사랑을 귀에 새긴다.
이대로 끝나는 게 아쉽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중얼거려.
속이 텅 빈 껍데기들의 흔해빠진 종말예행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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