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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똥쟁이

천가을(千秋) 2018.04.11 00:00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길거리 위에서 똥을 누고 싶었다. 그럴 자유가 있다고 그는 믿었다. (당연하지만 그는 남자다.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남자밖에 없다.) 누구나 길거리 위에서 배변활동을 할 자유가 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와 편견 때문에 그 자유를 누리고 있지 못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게 다 금변주의자들의 횡포 때문이다. 만약 길거리 위에서 똥을 자유롭게 눌 권리를 주장하면 금변주의자들이 달려와서 마구 팰 것이다. 이게 어딜 봐서 정의인가!

 물론 그는 그런 압박을 이겨내고 길거리 위에서 똥을 눌 정도로 의지가 투철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금변주의자들 사이에 숨어서 지냈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금변주의자라고 해도 자시의 머릿속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고기를 구우며 평범하게 대화하면서도 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길거리 위에서 똥 누는 변태가 어디있어?” 같은 지나가는 말에도 그는 억누르기 힘든 분노를 느꼈다. “우리 집 개도 똥은 자기 화장실에서 싼다구,”란 말을 들었을 때는 순간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어째서 개의 똥 쌀 자유를 억제하는가! 그렇게 해서까지 똥오줌을 컨트롤하고 싶은 건가, 인간이란 종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점심시간, 강남역 길거리 한복판에서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괄약근에 힘을 줬다. 어젯밤에 그 멍청이들과 푸짐하게 먹었던 삼겹살이 오랜 시간 소화를 거치고 드디어 벌렁거리는 구멍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푸쉭, 푸쉬익, 가스가 새어나오더니 마침내 그것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이 길 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구수한 냄새가 카페의 2층 베란다까지 올라와 커피의 냄새까지 덮어버리더니 기어코 그 냄새를 맡은 똥파리와 경찰들이 몰려오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일주일 전이었다.

 그는 매우 힘들어하는 중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며칠째 침대에서 못 벗어나는 중이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똥쟁이라고 부른다. 똥쟁이가 어때서! 하지만 멍청한 그도 그 ‘똥쟁이’란 단어 속에 내포된 비웃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부모님도 알고 계신다.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에게 실망했다고 하면서 등을 돌렸다. 이 망할 금변주의자 새끼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너희들은 모를 거야......, 내가 똥을 싸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한 건지.......”

 물론, 우리는 그걸 굳이 알 필요가 없다.

 이 세상에는 똥쟁이가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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