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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해파리, 그리고 흩어지는 UFO 조각들.(가제)}











>>> Intro. 구름조각과 해파리




반짝-


“방금 봤어요? UFO! UFO가 지나갔어!”


지유가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 질렀지만, 반의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검지로 하늘을 향해 쿡쿡 가리켰지만 화학 선생님마저 안경을 고쳐 쓸 뿐 지유를 향해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풀이 죽은 지유는 다시 자리에 털썩 앉았다.


분명히 봤는데. 지유는 입술을 삐쭉 내민 채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교실 앞에서 화학 선생님이 시험에 나온다면서 무언가를 강조하고 계셨지만 지유는 듣지도 않고 하늘 위를 여유롭게 흘러가는 구름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볼 때마다 지유는 누군가가 구름 모양을 이용해 비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믿었다. 앗, 저건 크리스털 해골을 닮았어. 오늘은 학교에 숨겨진 크리스탈 해골을 찾자. 그렇게 다리를 붕붕 흔들며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던 지유였다.


지유는 그런 아이였다. 반에서 유독 혼자서 붕 뜬 것 같은 그런 아이. 마치 물 위에 동동 떠있는 기름 한 방울처럼, 지유는 좀처럼 반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물과 기름이 처음부터 섞일 수 없는 것처럼, 지유와 2학년 1반 사이에는 본질적인 다름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제 6월이다. 창밖으로 녹색 나뭇잎이 무성하게 드리우고, 그 사이로 공놀이 하다 지친 학생들이 기둥에 기대 그늘 아래에서 땀을 식히는 게 슬며시 보이는 계절이다. 지유와 2학년 1반 학생들이 같이 지낸지 벌써 한 학기가 되어간다. 이제 학생들은 지유의 자유분방한 수업태도에도 익숙해졌다. 선생님들도 지유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2학년 1반에서 마치 가위로 지유를 오려낸 것 같았다.


지유는 거기에 있어도 그곳에 없는 것과 같은 학생이었다.


지유 스스로도 그걸 잘 알고 있었고,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도 자신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들이 학교라는 깊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점점 가라앉고 있을 때, 지유는 홀로 위로 떠오른다. 그런 그녀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게 살짝 외로웠지만.......


문득 세리의 얼굴이 생각나자 지유는 기분이 좋아져 다리를 더욱 열심히 붕붕 흔들었다. 이제 4교시도 거의 끝나간다.


얼른 점심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 * *




학교옥상은 사실 점심시간을 보내기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니다. 여름이면 더더욱. 아침부터 햇빛을 받고 뜨거워진 녹색 바닥은 오래 앉기 힘든 곳이다. 점심시간에는 그늘도 안 생겨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 애초에 학교옥상은 굳이 올 이유가 없는 곳이다. 먼지 쌓인 실외기와 태양광 패널 이외엔 볼 것도 없다.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유는 점심시간마다 학교 옥상에 올라온다. 사실 그 때문이다, 아무도 오지 않기 때문에 지유는 이곳에 있을 때가 제일 편안했다. 뜨거운 녹색 바닥도 동절기 체육복 깔고 누워있으면 잠이 잘 오는 온돌침대가 된다.


그리고 학교 옥상에는 세리가 있었다.


세리가 난간에 기댄 채 말했다.


“오늘은 뭐할 거야?”


“크리스털 해골을 찾을 거야! 분명 이 학교 어딘가에 숨겨져 있어.”


지유는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세리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기다란 앞머리 사이로 파란색 눈동자가 살짝 보였다.


“흐음, 그건 잘 모르겠네....... 운동장 아래에 묻혀있으려나?”


“글쎄, 그것까지는 아직 생각 못 해봤어.”


지유는 혹시 모를 또 다른 비밀 메시지를 받기 위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지유의 눈에 들어오는 건 불규칙해 보이는 구름 조각뿐이었다. 미간을 찌푸리던 지유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투로 외쳤다.


“아 맞아, 오늘 UFO 봤어!”


“정말? UFO를 봤다고?”


“응, 반짝거리는 게 하늘을 슝 지나갔어.”


지유는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슝- 소리를 냈다. 세리는 지유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었다.


지유가 말했다.


“아무도 안 믿어주더라.”


“당연하지. UFO는 엄청 빠르니까.”


세리는 여전히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리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유는 실실 웃더니 조용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에잇!”


지유가 세리의 뒤에서 확 끌어안자 세리는 깜짝 놀라 미끄러졌다. 잠시 허공을 날던 둘은 그대로 옥상 바닥 위로 쿵 하고 떨어졌다.


헝클어진 둘의 머리카락 위에서 둘의 눈이 마주쳤다. 지유의 눈이 동그래졌다. 세리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지유가 중얼거렸다.


“눈이 예뻐.”


세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유가 다시 중얼거렸다.


“그런데 앞머리가 길어.”


“응.......”


세리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지유의 시선을 피했다. 지유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세리는 눈이 이렇게 예쁜데 왜 앞머리로 가리려고 하는 걸까? 아직 지유는 세리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유에게 세리는 그저 내 말을 들어주는 말동무일 뿐이었으니까. 세리에게도 세리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지유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지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교복의 먼지를 탈탈 털었다. 세리도 끙차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면 난 크리스털 해골을 찾으러 갈게!”


“응, 찾으면 말해줘.”


탓탓탓, 지유는 옥상 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지유의 뒷모습을 보던 세리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서서히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지유는 우당탕탕 3층으로 내려갔다.


학교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걸 좋아하는 지유는 이 학교에 비밀장소가 있을만한 곳을 알고 있었다. 이건 대충 요령만 익히면 여러분도 할 수 있다. 학교 설계도면을 펼쳐봤을 때 지금과 차이가 있어 보이는 곳일 수도 있고, 벽과 벽 사이가 미묘하게 넓어 보이는 곳에도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계단 아래 같은 공간도 확인해보자.


지유가 먼저 확인해본 곳은 3층 과학실 옆 창고였다.


이 공간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교실인지는 이 학교의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아마 설계 미스였던 게 아닐까. 지금은 실험도구나 수업교구를 쌓아두는 창고로 쓰이는 중이다. 하지만 지유는 분명 이 교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으며 학교가 그것을 숨기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복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지유는 재빨리 미리 복사해둔 열쇠로 자물쇠를 따고 창고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불을 켜도 천장까지 높게 쌓인 상자가 형광등을 가로막고 있어 창고 내부는 충분히 밝지 않았다. 눈앞에서 반짝거리는 먼지를 손으로 휘휘 치우면서 지유는 상자 더미 내부로 조심조심 발을 내딛었다.


얼마 안 가 지유는 반대편 벽에 닿을 수 있었다. 역시 아무 것도 없나. 마음 같아서는 상자 하나하나 뜯어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아마 의미 없는 짓일 것이다. 이 학교에는 충분히 많은 창고가 있으며, 여기보다 훨씬 정돈되어있고 잘 쓰이고 있다. 말하자면 이 창고는 다른 창고의 공간 확보를 위해 쫓겨난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모인 곳으로, 단지 ‘어쩌면 다시 필요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라는 이유로 버려지지도 못하고 평생 여기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마치 우리들 같다.


“분명 무언가를 숨기기엔 좋은 곳이지만 다시 꺼내기는 어렵겠네. 크리스털 해골 같은 걸 여기에 숨길 리는 없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뒤로 가려는 순간, 지유가 짚은 상자 탑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지유가 진동이 더 커지기 전에 상자를 붙잡아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상자들이 차례차례 미끄러지면서 그것들이 가리고 있던 무언가를 살짝 드러냈다.


또 다른 미닫이문이었다.


“앗......!”


먼지를 한껏 들이킨 지유는 비명을 지를 뻔한 입을 겨우 손으로 틀어막았다. 이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확실했다. 휙 뒤돌아보았지만, 아직 그녀가 이 창고에 있다는 건 들키지 않은 모양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미닫이문을 잡은 지유는 새삼 놀라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문틈에 먼지가 쌓여있지 않았다.


그건 최근에 누군가가 이 문을 사용했다는 뜻이었다. 지유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밖에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지유는 문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미닫이문이 스르륵 미끄러지자 그 깜깜한 내부가 괴물 입처럼 서서히 입 벌리기 시작했다.


문 안에 손을 넣고 더듬어봤지만 스위치 같은 건 아무래도 없는 듯했다. 이걸 써야겠다, 지유는 주머니 안에서 몰래 들고 온 핸드폰을 꺼내 플래시 전원을 켰다. 마침내 괴물의 입 속이 그 모습을 활짝 드러냈다.


“......어라?”


지유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이해할 수 없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당황한 눈빛으로 비밀 공간 안쪽까지 불빛을 비춰봤지만 더욱 알 수 없는 것뿐이었다. 지유는 눈을 끔뻑끔뻑 감았다 떴다. 잘 모르겠지만 크리스털 해골이 없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지유는 다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엄청난 걸 본 것 같다는 생각에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왔지만, 무엇을 봤는지 자세하게 떠올려보려고 해도 그걸 표현할 방법이 없어, 그렇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지유는 그렇게 생각했다.


상자를 다시 제자리로 밀어 넣고, 지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창고에서 나왔다.


“지유 학생?”


“윽!”


자물쇠를 잠그고 재빨리 사라지려고 했던 지유는 자신을 부른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에 동작을 멈췄다. 수학 선생님은 지유에게 다가갔다. 지유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지유는 ‘어, 어, 어’만 반복했다. 하지만 수학 선생님은 지유의 손에 들린 열쇠를 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심부름 중이었나 보네.”


“아, 앗, 네. 하하. 창고에 뭐 넣으라고 하셔서.”


“그래, 수고 많다.”


수학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과학실의 문을 열었다.


과학실에 연결된 과학 교무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나서야 지유의 굳어버린 몸이 마침내 풀렸다.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지유는 벽에 손을 짚어 겨우 체중을 지탱했다.


‘역시 어른과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건 어려워.......’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팔목으로 닦으면서 지유는 녹초가 된 몸을 질질 끌고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5분도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




* * *




지유가 옥상 문을 열자 세리가 여전히 난간에 기댄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리가 뒤돌아보자 지유가 옥상 문 앞에서 헐떡이며 무릎에 손을 짚고 있었다. 오늘도 혼자서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고를 친 모양이다.


지유가 겨우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고 고개를 들자 세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유도 씨익 웃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려는 찰나, 세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나 외계인이야.”


지유는 입 벌린 채 가만히 굳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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