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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천가을(千秋) 2018.10.29 22:18

실은 저 저번 주부터 유이랑 사귀게 됐습니다!


유이와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쭈욱 알고 지내는 소꿉친구 사이입니다. 저도 처음부터 유이에게 끌렸었고 유이도 저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왔지만, 서로 미루고 미룬 끝에 결국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나서야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남은 고등학교 생활은 유이와 함께 알콩달콩한 추억으로 알차게 보낼 거니까요!


유이는 정말 귀엽습니다. 수줍음도 많아서 말은 별로 없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표정으로 드러나는 솔직한 아이입니다. 간식을 먹는 모습이나 구석에 웅크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햄스터를 보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마구 껴안고 귀여워해주고 싶지만 유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머리만 살짝 쓰다듬어줍니다.


같은 반 다른 여자아이들은 유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딱히 흉보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유이를 은근슬쩍 멀리하려는 모습이 제 눈에는 보여요. 분명 유이의 귀여움을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제가 매번 유이도 같이 껴서 놀자고 하지만 유이도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아요. 친구들은 “주리는 착하니까 유이도 계속 신경 써주는구나” 하고 말해요. 홧김에 우리 둘이 사귄다는 사실을 교실 한가운데서 외치고 싶었지만, 유이랑 비밀로 하기 약속했으니까 꾹 참아요.


오늘도 하굣길은 유이랑 손잡고 같이 갑니다. 여자끼리 손잡는 건 사람들이 이상하게 안 보기도 하고 사귀기 전부터 유이랑 손잡는 일도 많았지만, 사귀기 시작하니까 왠지 손잡는 것도 의식하게 됩니다. 유이의 손등은 정말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손가락 끝은 자꾸만 물어뜯어서 그런지 딱딱하게 굳은살이 오돌토돌 느껴져요. 그렇게 손가락 물어뜯으면 안 된다고 매번 말하지만 유이는 제 말을 듣지 않네요.


아쉬운 마음에 유이의 거친 손가락을 계속 만지작거렸습니다.






3년 전 그날도 그랬습니다.


중학교 2학년 어느 여름, 대회를 앞둔 훈련 때문에 육상동아리 활동이 평소보다 늦게 끝난 날이었습니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가방 챙기러 반으로 돌아오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교실 구석에 웅크려 앉아 안절부절 못하게 엄지손가락을 물어뜯고 있는 유이였습니다.


제가 유이의 옆자리에 앉자 유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친구들한테 그거 들켰어.”


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유이를 달래듯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유이가 말한 ‘그거’란 본래 저와 유이 둘이서만 공유하는 비밀이었을 터. 유이는 조그마한 몸집을 떨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주리 미안해, 조심하려고 했는데......”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저는 그렇게 말하며 유이의 왼손을 힐끔 보았습니다. 유이는 분홍색 손목 밴드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유이에게 선물해준 그 손목 밴드였습니다.


“친구들이 날 미워하면 어떡하지.”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내일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미안, 매번 나 때문에......”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니까.”


그렇게 말하는 저도 솔직히 말해서 좋은 방법이 떠올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것보다도 유이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육상동아리 친구들이 저를 발견하고 뒷문 앞에서 저를 기다리려고 했지만, 저는 웃으며 먼저 가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말없이 유이의 등을 토닥이며 노을빛에 물든 교실을 바라보던 저는 어느새 유이의 몸이 떨리는 것이 멈췄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유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제 진정 좀 됐어?”


“응.”


유이는 작게 끄덕인 후 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들었습니다.


“주리는 내 친구 맞지?”


“당연하지. 나는 평생 네 친구야.”


“평생 내 친구인 거지?”


“그렇다니까.”


“우리, 친구지?”


유이랑 눈이 마주친 저는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혹시 유이도....... 하지만 저는 속마음이 튀어나오려고 한 것을 꾹 참고 소매로 유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방긋 웃었습니다.


“응, 우린 친구야!”






결국 2년 뒤에 용기를 내서 그날 하지 못한 고백을 하고 그렇게 연인이 되었지만, 만약 3년 전 그날 제가 참지 못하고 홧김에 고백했다면 과연 저희는 지금처럼 지낼 수 있었을까요. 종종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지만, 여전히 답은 모르겠습니다.


꼭 잡은 유이의 손을 다시 한 번 만지작거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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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교실 창문에 길게 드리운 커튼을 살랑살랑 흔들고, 창밖으로는 무수한 나뭇잎들이 하나하나 다른 녹색을 품으며 햇빛에 반짝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저는 교실 구석에 있던 유이와 함께 잡담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주로 유이가 빌려준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이는 만화책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흥미롭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뒷문에서 들린 건 그때였습니다.


“주리야, 잠깐 시간 낼 수 있을까?”


옆 반의 지유였습니다. 지유는 중학생 때 같은 육상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걸 계기로 친해진 남학생입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지유는 중학교 때처럼 육상동아리에 들어간 반면 저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유이와 함께 손잡고 뒷문으로 가자 지유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역시 육상동아리 다시 들어올 생각은 없는 거야?”


“뭐야, 이제 와서 갑자기?”


“실은 이번에 신입생이 거의 안 들어왔거든...... 3학년 선배들도 수험 때문에 바쁘시고. 까놓고 말해서 동아리가 터지기 직전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대회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


“으음.”


“딱 한 명만 더 들어오면 일단은 해결돼. 제발,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 중학생 때 달리기 정말 좋아했잖아. 학교에서 제일 잘했고.”


지유의 사정은 이해가 갔지만 그렇다고 해도 참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육상동아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간단히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 같았고, 거의 1년 가까이 달리기를 안 한 제가 이전처럼 육상경기를 뛸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습니다.


유이가 저에게 속삭였습니다.


“혹시 중학교 때 같은 동아리의......?”


“응. 같은 육상동아리였던 지유야.”


“앗, 나는 너 자주 봤어. 쉬는 시간마다 주리 옆에 있었지.”


지유가 웃으며 말하자 유이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나는 하하 웃었습니다.


“유이가 좀 낯을 많이 가려.”


“응.”


“육상동아리에 대해선 좀 고민해볼게.”


“그래.”


지유를 보내고 저는 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네.”


“노, 놀리지 마. 원래 성격은 고치기 힘든 거야.”


“응, 그러게.”


그런 것치고 유이는 중학생 때와는 꽤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다른 사람에게 말 거는 게 무섭다고 저를 통역관처럼 쓰는 일이 없으니까. 유이가 점점 저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건 좀 섭섭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같이 지내온 친구로서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이가 어른이 되는 건 좀 무서워.


유이만은 어린 아이로 남아줘.






“주리는 친구가 많네.”


급식실에서 같이 밥 먹고 있었던 유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오자 저는 무심코 ‘어?’ 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유이는 숟가락으로 국그릇을 휘저으며 말했습니다.


“주리랑 같이 밥 먹는 거 굉장히 오랜만이잖아. 맨날 같이 먹자고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나도 마음 같아선 매일 유이랑 같이 먹고 싶지만......”


“아까 지유인가 하는 애도 그렇고. 우리 반 아닌 친구들도 있고. 그래서 아 주리는 친구가 많구나, 새삼 그런 생각이 든 거야. 딱히 주리 탓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실실 웃었습니다.


“아, 너 혹시 질투하는 거야?”


“......그런 건 아닌데.”


“좀 더 질투해줘도 괜찮은데. 난 질투 많은 여자친구도 좋아.”


“주리, 학교에선 연애 이야기 안 하기로 했잖아.”


유이가 째려보자 저는 히히 웃었습니다. 유이는 하아,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습니다.


“아무튼 나도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매번 너한테만 매달리기도 미안하고.”


“응? 아냐, 난 정말 괜찮은걸.”


“내가 괜찮지 않아. 네가 언제까지 내 옆에 있어줄지 나도 모르는 거고.”


그 말을 듣고 저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지만 제 말은 목구멍 바로 밑에서 턱 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 ‘평생 유이의 옆에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정말로 평생 유이의 옆에 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또 무책임한 약속을 해버리면, 이번에야말로 유이가 저를 진심으로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습니다.


“역시 유이 많이 변했네.”


“응? 그런가? 그럴지도.”


그렇게 말하면서 유이는 김치를 입에 넣었습니다.


저는 유이가 김치를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만약 정말로 유이에게 친구가 생긴다면. 내가 없더라도 쉬는 시간을 혼자서 심심하게 보내는 일이 없는 유이. 내가 없더라도 밥을 혼자서 먹을 일 없는 유이.


내가 없더라도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유이.


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습니다. 그리고 애써 웃으며 유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 친구 만드는 거 도와줄게.”


“또 주리한테 도움만 받게 되네.”


그렇게 어설프게 웃는 유이를 보면서 저는 괜히 유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어쩌면 질투 많은 여자친구는 유이가 아니라 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 만드는 걸 도와준다고 자신 있게 말하긴 했지만,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반 친구들에게 유이도 같이 껴서 놀자고 다시 한 번 말해봤지만 친구들도 유이를 대하는 게 어색했고 유이 본인도 여전히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결국 그런 붕 뜬 분위기 속에서 쉬는 시간이 하나둘 지나갔고, 유이의 친구 만들기는 결국 만족스럽게 끝나지 못한 채 8교시가 지나갔습니다.


유이와 손잡고 하교하면서 저는 유이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어떤 것 같아?”


“응, 뭐.”


유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끝을 흐렸습니다. 저는 유이를 달래주며 말했습니다.


“원래 친구란 게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계속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언젠가는 정말로 친해지겠지. 네가 아예 친구가 생길 수 없는 그런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해. 봐, 나도 너랑 친구고.”


“하지만 그건...... 응, 그러네.”


순간 어색한 공기가 둘 사이에 흘렀습니다. 이유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저도 유이도 그저 말없이 길을 걸었습니다.


미묘한 정적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의외로 유이였습니다.


“동아리 같은 데에 들어가면 괜찮아질까.”


“동아리?”


“육상 동아리라던가.”


유이의 입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이 나오자 저는 깜짝 놀라 되물었습니다.


“육상 동아리에 들어가겠다고?”


“아니, 아니, 그렇게 정한 건 아니고. 오늘 아침부터 네가 육상 동아리 들어갈지 말지 엄청 고민하던 것 같아서, 그러니까 우리 둘이 같이 들어가는 건 어떨까 생각한 거야. 나도 혼자서 낯선 동아리 들어가는 건 좀 무섭고.”


“그치만 너 운동 엄청 싫어하잖아. 괜찮겠어?”


“그건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게 버거워서 그런 거니까, 피구나 축구처럼...... 아, 그래도 이건 네가 육상 동아리에 들어간다는 조건 하의 이야기니까. 만약 안 들어가겠다고 해도 난 상관없어.”


“으음.”


잠시 고민하던 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다면 같이 들어갈까!”


“앗, 정말? 괜찮아?”


“사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육상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유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유이와 함께 동아리에 들어간다면 괜찮지 않을까.”


“아......”


유이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붉혔습니다. 유이의 부드러운 손에 힘이 살짝 더 들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유이가 너무 귀여운 나머지 저는 그만 속에 품고 있던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습니다.


“키스하자.”


놀라서 동그래진 유이의 두 눈은 정말 귀여웠습니다.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유이의 동공은 묘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가까워진 두 얼굴의 거리에 상대방의 작은 숨결마저 닿을 것만 같았습니다. 붉어진 두 볼, 불규칙해진 호흡. 꼭 잡은 두 손을 통해 쿵쾅쿵쾅 빨라진 맥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이.”


다시 한 번 유이의 이름을 불러보자 유이는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시선을 피할지 말지 망설이는 듯이 유이의 눈동자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눈을 천천히 감고 그대로 유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유이의 입술은 까칠까칠 했지만, 그럼에도 왠지 좋은 기분이 들어서 저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긴장돼서 뻣뻣해진 두 손을 서로 꾸욱 잡으며, 저는 입술을 떼고 다시 호흡을 할 때까지 제가 숨을 꾹 참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유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눈가가 살짝 젖어있던 건 제 착각이었을까요.






다음날 방과 후 유이와 함께 육상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동아리 사람들은 생각보다 별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건물 그림자 아래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지유는 저희를 알아보고선 밝게 인사하며 다가왔습니다.


“주리, 동아리에 잘 왔어.”


“다른 사람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대회가 거의 한 달 앞이니까, 다들 예민한 거지.”


“육상 동아리 사람들은 부지런하구나.”


유이는 혼자서 중얼거리자 지유는 하하 웃었습니다.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건 중요하니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유이는 대회 어떻게 할 거야? 나갈 수 있겠어?”


“아, 나도 나가야 하는 거야?”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지유는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괜찮지 않을까? 단체 경기는 인원수 제한 때문에 못 나간다고 해도 개인 경기라면 실력 없어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을 거야.”


“그, 그런가.”


유이는 그렇게 간단히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전의 유이와는 뭔가가 달라졌음을 느끼면서 저도 고개를 같이 끄덕였습니다.


“나는 단체 경기에 민폐가 되지 않도록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겠네. 1년 동안 몸을 너무 안 움직였어.”


“너라면 금방 우리를 따라잡을 거야.”


아아, 지유의 무한한 신뢰에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지유가 중학생 시절의 저를 기억해주고 믿어주는 건 정말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중학생 대회와 고등학생 대회는 기본적으로 실력 차이가 엄청나니까 마냥 여유를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간단하게 몸을 풀고 곧장 트랙으로 달려갔습니다.


뒤를 잠시 보니 유이가 지유와 다른 친구들로부터 스트레칭부터 가르침 받고 있었습니다. 나 없어도 잘 할 수 있을까, 잠시 걱정이 됐지만 그걸 위해서 동아리에 들어온 걸 되새기면서 저는 더욱 속도를 내서 달렸습니다.


유이와 둘이서 함께 보내기로 한 고등학교 생활이 타인의 손길로 더러워진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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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에 집중하다 보니 의외로 시간은 엄청 빨리 지나서 벌써 대회가 있는 5월이 되었습니다. 화단에 핀 꽃 색깔이 미묘하게 바뀌고, 학교 운동장을 둘러싼 풀냄새는 한층 더욱 진해졌습니다. 햇살도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반팔 반바지 체육복 차림의 학생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따금 맥락 없이 불어오는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어야하는 날도 종종 있어서 반에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학생들도 하나둘 생겼습니다.


유이는 생각보다 잘해내고 있었습니다. 비록 달리기 실력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었지만, 꾸준히 연습에 나와 노력하는 모습을 본 동아리 친구들이 점차 마음을 열어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이가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유이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게 너무 신경 쓰여서 참을 수 없었지만, 그때마다 트랙 위를 달리면서 어떻게든 그런 생각을 떨쳐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생겨서 저는 유이가 앉아있던 벤치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마시고 있던 유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유이가 물었습니다.


“왜?”


“요즘 친구 많이 생긴 거 같아서.”


“흐음.”


유이는 미묘한 반응을 보이더니 저와 그녀 사이에 물병을 놓고 말을 이었습니다.


“딱히 잘 모르겠어.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랑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지만 그렇다고 너처럼 친한 사이가 됐다는 느낌은 아니야. 어디까지나 동아리 사람이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대화라고 해야 될까. 동아리 밖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관계라는 느낌.”


“그렇구나.”


“안심하는 눈치네.”


유이가 툭 던진 한마디에 저는 움찔했습니다. 유이는 피식 웃었습니다.


“질투하는 거야?”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너무해, 주리. 자기는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이랑 엄청 많이 다니면서 나는 다른 사람이랑 말도 못하게 하고.”


“그,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좀 신경 쓰이는 것뿐이고. 응, 그냥 그런 거야.”


어색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유이의 물병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더니 그 옆에 있던 제 손끝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곧 벤치로 스며들어 젖은 자리가 어둡게 물들었습니다. 유이의 손을 보자 분홍색 손목 밴드가 눈에 띄었습니다. 왠지 계속 쳐다보면 안 될 것 같아 저는 슬며시 시선을 아래로 향했습니다. 모래 위를 번갈아가며 흔들거리는 유이의 두 다리를 바라보던 저에게 마침내 유이가 말했습니다.


“키스 할래?”


“응?”


제가 고개를 돌리자 유이는 제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저는 되물었습니다.


“뭐 하자고?”


“부, 부끄러우니까 다시 묻지 마.”


저는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유이 쪽에서 먼저 어프로치 하는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유이의 손을 살며시 잡았습니다. 유이도 말없이 저를 따라 일어났습니다. 저희는 다른 친구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아무도 없는 학교 건물 뒤쪽에 도착한 저희는 잠시 서로 바라보았습니다.


유이가 눈을 감자, 저는 천천히 유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그것은 마치 출발 신호와 같은 거여서, 이후 제 마음은 오로지 유이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동장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학생들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오직 심장소리만이 머리에 남아 쿵쿵 크게 울렸습니다. 두개골을 통째로 전자레인지에 돌린 것처럼 머릿속이 점점 뜨거워져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전진뿐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눈을 뜨자 제 눈앞에는 얼굴을 붉히며 저를 올려다보는 유이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유이가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신호가 다시 울려 퍼집니다.






이후 저희는 친구들 몰래 키스를 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동아리 시간마다 건물 뒤쪽에서 잠깐 하는 정도였지만, 그 두근거림은 점점 불어나 어느새 학교 일과 중에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하거나 심지어는 반 친구들 몰래 교실에서 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유이는 바로 내 앞에 있는데, 나와 함께 이렇게 있는데, 어째서인지 진짜 유이는 저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쁜 꿈도 점점 많이 꾸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 깊숙히 박힌 시한폭탄은 시간이 갈 수록 커져만 갔고 표정으로는 감추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비대해졌을 때, 일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탈의실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을 때였습니다.


다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가려고 할 무렵, 저는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유이가 가방에서 안절부절 못하게 무언가를 찾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유이에게 물었습니다.


“뭐 찾고 있어?”


“손목 밴드가 안 보여......”


유이의 왼쪽 손목에는 그녀가 체육복으로 갈아입을 때마다 차는 분홍색 손목 밴드가 없었고, 대신 손목 밴드로 가리고 있었던 그것이 새하얗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유이는 제 시선을 눈치 채고 황급히 손목을 오른손으로 가렸습니다. 저는 유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괜찮아, 나한테는 보여줘도 괜찮아.”


저는 유이의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그녀의 왼쪽 손목을 살펴보았습니다. 손목을 가로질러 붉게 파인 상처들은 대부분 아물어 옅은 갈색의 흉터로 남아있었습니다.


“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


“그래도 손목 밴드가......”


“손목 밴드는 내가 새로 사줄게. 동아리 늦겠다, 빨리 가자.”


“으, 응.”


제가 유이의 손목을 잡자 그녀가 감전된 것처럼 움찔 했지만, 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를 따라 운동장을 향해 따라왔습니다. 동아리 사람들은 벌써 스트레칭을 끝내고 트랙 위를 돌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둘이서 간단하게 몸 푼 뒤 얼른 동아리 사람들과 합류했습니다.


다행히 연습은 원만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유이가 가리고 싶어 하는 그 상처도 달리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리가 없었고, 달리지 않을 때는 주머니에 손을 넣든 오른손으로 가리든 어떻게든 가릴 수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연습에 열심히 임하는 유이의 모습을 보고 저도 안심하고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트랙 위를 달리고 있던 저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습니다.


그곳에는 동아리 사람들 사이에서 털썩 주저앉아있는 유이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대충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허겁지겁 달려가 동아리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유이를 데리고 벤치로 갔습니다.


진정이 잘 되지 않는 걸까 유이는 벤치에 앉은 뒤에도 계속 덜덜 떨었습니다. 왼쪽 손목을 꽉 쥔 오른손에는 얼마나 힘이 들어간 건지 손톱이 손목을 파고들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유이를 안고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습니다.


“많이 놀랐어?”


“응......”


유이는 제 품 안에서 크게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거, 들킨 거야?”


“드, 들킨 건 아니야...... 그냥, ‘뭘 그렇게 가리고 있는 거야’라고 하면서 갑자기 왼손을 만져서......”


“응, 그렇구나.”


저는 맞장구치면서 유이의 등을 계속 토닥였습니다.


제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유이가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나 너무 이상하게 보였겠지.”


“아냐, 다들 이해해줄 거야.”


“친구들이 나 미워하면 어떡하지.”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하지만 그날도-”


그러나 유이는 끝까지 말하지 않고 그저 제 가슴에 얼굴을 더 파묻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 날을 말하는 거겠죠. ‘어떻게든 해볼게’라고 말했던 저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유이와 그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유이야.”


“응.”


“친구 만드는 거...... 너무 열심히 안 해도 돼.”


유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다시 친해질 수 있을 거야. 조급해할 필요가 없어. 내가 계속 옆에 있어줄 테니까. 응, 내가 있잖아.”


그 말에서 유이는 무언가를 느낀 건지 살짝 움찔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응......”


유이는 그렇게 말하며 제 품에서 벗어났습니다.


“사실 무리인 거 알고 있었어.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던 걸까.”


“아냐, 유이는 잘 하고 있어. 다만 운이 안 좋았을 뿐이지.”


“운이라......”


그렇게 말하더니 유이는 작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너에겐 항상 도움 받게 되네.”


“난 유이 좋아하니까.”


“나도. 응.”


잠시 가만히 앉아있던 유이는 저를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떠났습니다.


“네가 선물해준 손목 밴드인데, 결국 잃어버렸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다시 사준다니까.”


“그 손목 밴드 정말 좋아했는데.”


저는 유이의 중얼거리는 입을 제 입술로 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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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하자.”


처음에 유이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온 순간 저는 그 세 단어가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잠시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이는 저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한 번 더 말했습니다.


“우리 이제 이런 거 그, 그만 하자.”


대회가 코앞까지 다가온 5월의 어느 날, 건물 뒤쪽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동아리 쉬는 시간, 오늘도 몰래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회 준비 때문에 동아리 분위기는 한층 더 살벌해졌지만, 그것은 이미 하루 일과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차마 건너뛸 수가 없었습니다. 둘만의 장소에서, 저는 평소처럼 유이가 눈을 감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신 돌아온 것은 저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눈빛과 살짝 흔들리지만 차가운 목소리였습니다.


“왜......”


저는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갑자기 왜 그런......”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유이는 힘겹게 토해내듯이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대회가 끝나고 지유에게 고백할 거야. 손목의 상처도... 보여주려고 해.”


저는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 하나가 마음속을 어지럽혀 고장 난 로봇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이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배신감’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유이는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습니다.


“속여서 미안해. 하지만 나, 난 사실 너처럼 여자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 더 이상은 못 하겠어. 이젠 못 버티겠어... 정말 미안해...”


유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렀습니다.


“사실 네가 고백했을 때 나 너무 당황스러웠어. 아, 아니 그러니까, 여자끼리 사귀는 게 이상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고... 그치만 주리는 내 유일한 친구니까, 주리마저 잃는 게 너무 무서워서 그만......”


“미, 미안.”


어째서일까, 저는 유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울먹이면서 겨우겨우 뱉어내는 말들은 자꾸만 제 심장 깊은 곳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유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아냐,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너를 속였어. 지금까지 계속...... 나는 네가 날 좋아하는 걸 이용해서 너를 내 친구로 묶어두고 있었던 거야. 너에게 비겁한 짓을 하고 있어서. 나, 나는 정말......”


유이는 말을 끝까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게 아닌데.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닌데. 반쯤 뻗은 팔은 허공에서 굳은 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가서 위로해줘야 하는데. 안아줘야 하는데. 하지만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유이를 둘러싼 커다란 벽이 서서히 제 눈에 들어오면서 저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아닌데. 이게 아닌데. 엉엉 울고 있는 유이를 향해 뭔가 말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입을 열었지만 금붕어처럼 뻐끔거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지금 제가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이질적인 현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디론가 사라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마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백한 뒤로 줄곧 느끼고 있었던 불안감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나, 나도......”


겨우 말을 쥐어짜봤지만 그 다음 말이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실은 나도 알고 있었어,’ ‘나도 네가 친구를 원한다는 마음을 이용해 너에게 고백한 거였어,’ ‘그러니까 사실은 네가 친구가 평생 생기지 않기를 원했어,’ ‘맞아,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그 손목 밴드를 숨긴 사람도 나야,’ 그런 속마음을 여기서 고백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을 테니까.


아, 지금까지 우린 줄곧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굳어버린 몸으로 넘쳐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그렇게 도피하려고 했습니다.


유이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주리야.”


“......”


“그래도, 우린 친구지?”


그 말을 들은 저는, 부끄러웠지만, 너무 기뻤습니다. 기뻐서 다시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고 하지도 않고 저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응, 우린 친구야!”


그 말을 들은 유이도 그제야 울상 짓던 표정을 풀고 웃었습니다. 엉망진창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래도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제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유이는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주리......”


그에 답하듯이 저도 유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유이......”


“주리...!”


“유이...!”


서로의 이름을 계속 부르며 저희는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저희의 마지막 키스를 나눴습니다. 키스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살짝 입술만 닿았다가 떼는 그런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유이의 입술은 여전히 기분 좋았습니다.


저의 첫사랑.


저의 첫 연인.


여전히 사랑하는 유이와 아무도 모르게 시작한 연애는 그렇게 하늘이 맑은 5월의 어느 날,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장소에서 몰래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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