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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이미 뒈져버린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고요.

아마 당신은 당신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거겠죠. 그 사람은 당신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친구일 수도 있고, 평생을 같이 하기로 맹세한 연인일 수도 있겠죠. 당신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마치 삶의 의미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겁니다. 아주 어두운 차가운 감정의 가장 깊은 곳. 그 속에서 공허한 나날을 보내던 당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여기는 마법사의 세계니까 마법으로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이 있을 지도 몰라!’ 같은.

바보인가요? 그러고도 사람인가요? 그런 멍청한 발상을 떠올리고 나서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았나요? 젠장, 밤낮으로 울다가 그만 머릿속에 본래 들어있어야 할 것이 희멀건 죽처럼 녹아버린 건 아닌지요?

모든 마법학개론 입문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마법은 결코 반칙이 아닌, 정해진 규칙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내는 수단이다. 당신은 분명 그것을 배웠고, 또 그 규칙 중에는 생물에서 무생물이 되는 과정은 비가역적이란 말도 있었음을 배웠을 겁니다. 설마 너무 오래 전에 배워서 잊었다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요?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지성과 이성이 남아있다면, ‘마법으로 죽은 사람을 살리자같은 발상은 애초에 떠올리지도 않았겠네요.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분명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헛된 희망까지 품었을 겁니다. 모두가 미쳤다고 말해도 당신은 꿋꿋하게 온갖 마도서를 읽어보면서 어딘가에 적혀있을 지도 모르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 마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당신은 생각보다 이 현실이 정교하게 짜여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이 세상에 죽은 사람을 살리는 마법 따위는 없을 지도 모른다며, 당신은 읽고 있던 마도서의 뒤표지를 씁쓸하게 닫았겠죠.

거기서 멈췄다면 당신은 그나마 운 좋은 사람이었을 겁니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리가 없지,’ 희망의 끈을 놓아주며 먼지투성이 서재를 뒤로 하고 그동안의 발버둥도 전부 뒤로 하고. 당신이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그날의 슬픔도, 그 사람에 대한 감정들도 서서히 풍화되어 기억 뒤편 어딘가로 날아가고. 슬프지만 분명 그것은 당신이 맞이할 수 있는 최선의 엔딩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운 나쁘게도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이라는 제목에 속아 당신은 눈이 번쩍 뜨였고, 망설임 없이 책을 펼쳐보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없습니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은 없습니다.

젠장, 몇 번을 말해야 이 책을 덮을 건가요? 이미 부패하기 시작한 냄새나는 고깃덩어리로 최선을 다 해봐도 결국은 시체, 혹은 끔찍한 좀비일 뿐입니다. 그건 살아있다고 분류하지 않아요. 어느 쪽이든 어차피 알아서 흙먼지로 썩어버릴 겁니다. 차라리 커다란 냉장고를 장만해서 그 안에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차곡차곡 접어서 넣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요?

아직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당신에게. 그렇다면 제가 친절히 소중한 사람과 평생 작별을 해야 할 때: 마음속에 남아있는 감정 찌꺼기들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결국 여러분을 이렇게 붙잡고 있는 건 그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강한 감정일 테니까요. 친절하고 자비로운 제가 멍청한 당신을 위해 친절히 설명해드리죠.

첫째, 그 사람과 함께 했었던 일들을 모두 종이에 적으세요. 당신을 괴롭히는 건 그 사람과의 기억. 우선 그 방해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 안 난다고요? 그렇다면 그건 애초에 필요 없는 기억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의 뇌는 필요 없는 기억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신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잊고 싶지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의 뇌는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네요. 그러니까 어차피 기억해내지 못할 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좋았던 기억이든 나빴던 기억이든 몽땅 종이 위에 나열하세요. 당신의 머릿속을 엉망진창 헤집고 다니는 기생충을 꺼내 그 본모습을 얼른 드러내는 것입니다.

둘째, 그중 정말로 필요한 기억들만 남기고 전부 지우세요. 당신의 멍청한 뇌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당신이 직접 해줍시다. 함께 밥 먹은 기억, 함께 놀이동산 갔었던 기억, 함께 잔디밭 위에 누워 별 많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던 기억. 그와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로 그 기억들에게 보존 가치란 있습니까? 앞으로 당신이 수십 년 살면서 당신의 두뇌는 수천, 아니 수만 가지 정보와 기억의 홍수를 맞이할 것입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극히 일부분만 저장하기에도 벅차겠죠. 거기에 당신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그 기억의 자리는 여전히 남아있습니까? 오히려 당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요? 방해꾼은 지웁시다. 지우개로 슥슥 지우면서, 당신의 머릿속에서도 지우세요.

셋째, 남은 기억들을 자세히 보세요. 그 기억들은 정말로 특별한 기억들인가요? 오직 그 사람만이 당신에게 남겨줄 수 있는 그런 기억들인지요? 당신이 그 사람에게 큰 도움을 받았던 그 사건, 혹은 당신과 그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 그날 밤의 기억, 거기에 정말로 다른 누군가가 대신 들어갈 자리가 정말로 없었다고 말할 수 있나요? 그 사람의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특별하다고 받아들이게 만들죠? 당신의 기억 속에 있는 그 사람은 현실의 그와는 많이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의 주관적인 망상이 만들어낸 그 사람은 누구죠? 분해합시다. 그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기호와 상징들을 전부 해부해봅시다. 그리고 찬찬히 살펴봅시다. 그건 정말로 오직 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무언가인가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요? 나머지 기억들을 하나하나 지우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세요. 당신에게 그 사람은 의외로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툭 까놓고 말합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그에 대한 대부분을 잊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은 생각보다 별 것이 아니고, 당신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소중한 사람을 만들고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겠죠.

그것이 인생입니다. 인생은 이 세상에 아주 조그마한 발자국 하나 남겨놓고, 그것이 금방 지워지는 과정을 천천히 보는 것과 같아요. 당신과 그 사람과의 관계가 여전히 특별한 것처럼 느껴지나요? 그 특별함이, 이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특별한지요? 우주가 당신 둘의 이야기에 감동 받아 그래 특별히 이번만 눈감아주지하면서 지난 수백억 년 동안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규칙에 빈틈을 일부러 만들어줄 것 같나요? 인간이 이래서 문제인 겁니다. 마치 자신들이 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는데, 당신들은 우주가 일으킨 아주 사소한 오류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그 작은 발버둥이 무슨 기적이라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는데, 먼지가 좀 날린다고 무슨 차이가 생기겠습니까?

그러니까 인정합시다. 어차피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 마음속에 꽈악 자리 잡고 있는 그 방해물을 이만 치워두고, 새로운 만남과 인연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줍시다. 그 사람에게 때문에 남은 평생을 먼지투성이 서재 속에서 헤매기에 이 세상은 정말 넓고 당신은 여전히 티끌입니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비록 헛된 발걸음이었지만, 당신이 여기까지 오면서 읽은 수많은 마도서들이 있지 않습니까? 고개를 돌려 세상을 보세요. 아직 설명되지 않은 신비를 발견하세요. 탐구하세요.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지 마세요.

만약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했다면, 이제 이 책을 덮어주세요.

왜냐하면 이후 나오는 내용은 어째서 뒈져버린 시체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인지, 당신이 그럼에도 자신은 조금 없지만 헛된 희망을 품고 할 주장들까지 전부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드릴 것이니까요.

그리고 믿어주세요, 이건 생각보다 훨씬 아플 겁니다.

 



(중략)

 

 










 

 

 

......여기까지 오신 분들에게.

당신에게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잘 알겠습니다. 분명 그 사람은 당신에게 전부나 마찬가지였겠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당신의 존재이유. 당신이란 인간이 움직이는 유일한 동작원리. 빈말이 아니라 당신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그 사람을 되살릴 각오가 되어있는 겁니다.

그런 각오를 어찌 막을 수 있을까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은 어차피 처음부터 들을 생각도 없었겠죠. 젠장, 인간은 그렇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겁니다.

좋아요, 저는 그런 각오를 가진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 각오라면, 어쩌면 당신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 조금 방향을 틀어보죠. 지금부터 제가 당신에게 보여드리는 것은, 당신이 그렇게 원했던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가 방금 전까지 설명한 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마법은 결코 반칙이 아닌, 정해진 규칙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내는 수단입니다. 이것은 한 방향에만 사로잡힌 당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결코 어떤 규칙도 어기지 않고 당신이 원하는 답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제가 아는 한 거의 유일한 방법.

이걸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당신의 강한 정신력입니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기억을 나열했던 그 종이를 떠올려보는 겁니다. 그것을 지울 때 당신은 슬펐습니까? 분노를 느꼈습니까? 오히려 그 사람을 다시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하는 감정이 증폭됐습니까? 눈을 감고 열심히 떠올리는 겁니다. 온 정신을 모조리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겁니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온 당신이기에.

다음 페이지부터는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해답이 적혀있습니다. 적혀있는 지시들을 실수 없이 정확하게 따라하셔야 합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꼼수 부리다 들킨 인간들의 최후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니까요. 설령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해냈다고 해도, 이 방법이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대단한 각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그 사람을 살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마 이것이 마지막인 것 같네요.

무운을 빕니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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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당신, 되살리려는 시체, 이 책(개정판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 양동이 두 개, 소금, 화약, 구급키트, 양초

 

1. 의식을 준비하기 전에 온몸을 청결하게 씻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복장은 최대한 간단하게 입고, 장소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방 중앙에는 양초 하나만 밝히고, 다음 과정을 진행한다. (이후 이 양초는 마법진의 중앙원에 놓여야 한다.)

2. 우선 손목을 세로로 그어 양동이에 피를 채운다. 살짝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최대한 많이 피를 담는 것이 좋다. 이후 밴드로 상처를 지혈하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3. 소금과 화약으로 응용 영령소환 마법진을 최대한 크게 그린다. (부록A이미지 참고)

4. 소금을 살짝 적시는 정도로, 핏방울을 마법진의 가장자리를 따라 떨어뜨린다.

5. 마법진의 서측에 자리하는 원에는 피의 양동이를 놓는다. 그것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맹세이자 거래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6. 이제부터 시작이다. 새로운 양동이를 준비하고, 시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전부 꺼내 속을 비운다. 이후 뼈에서 살을 전부 발라낸 뒤, 심장을 제외한 살과 장기를 전부 양동이 안에 집어넣는다. (머리카락이나 손톱, 발톱은 버려도 된다. 오히려 그쪽을 추천한다.) 시체에서 남은 건 뼈와 심장밖에 없어야한다.

7. 마법진의 북측에 자리하는 원에 뼈를 원형 그대로 배치한 뒤, 심장이 있었던 자리에 심장을 올려놓는다. 이것은 본래 시체에 있었던 영혼을 특정 짓기 위한 표식이다. 뼈는 인간을, 심장은 영혼의 위치를 가리킨다. 여기서 뼈 배치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록B 참고)

8. 양동이에 모은 살덩어리를 으깨야한다. 어떤 도구를 사용해도 좋지만, 완전히 으깨기 위해서는 양손으로 찢고 으깨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덩어리 진 곳이 없도록 잘 으깨고 섞다보면 어느새 살덩어리들은 반죽처럼 뭉칠 것이다. 고통스럽겠지만, 이 과정을 대충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당신은 가장 강력한 악마라고 불리는 그것과 거래를 해야 하는 입장이며, 이를 위해서 당신은 최대한의 예의와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

9. 당신에게 표식을 남길 차례다. 당신이 열심히 반죽한 살덩어리의 1/3을 먹어야한다. 당신 안에 그 사람의 표식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도록 1/3 이상을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후 과정을 위해 절반 이상을 남겨놓아야 한다. 배부르다고 느껴지더라도 꾸역꾸역 먹어야 한다. 당신 뱃속이 전부 그 사람으로 가득 차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먹어야 한다.

10. 마법진의 남측에 자리하는 가장 커다란 원에는 당신이 들어가 누워있을 자리다. 그러나 당신이 들어가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부록C를 미리 준비해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갑자기 살아난 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복잡한 건 아니다. 그냥 책 뒤쪽에 있는 부록C를 깔끔하게 잘라낸 후,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에 잘 가지고 있으면 된다. 이후 의식이 끝났을 때 그 사람에게 그것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11. 모든 과정이 준비되었다면, 이제 남측 원 중앙에 들어가 의식을 시작한다. 마법진에 그려놓았던 “H를 위한 문장“L을 위한 문장을 차례대로 읊고, 양초의 불꽃을 중앙원(화약)에 붙인다. 그리고 머리가 남쪽을 향하도록 드러눕고 (이때 실수로 마법진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의식이 진행되기를 기다리며 눈을 감는다.

12. 살아난다.

 

 

 

[부록A]응용 영령소환 마법진

[부록B]Human skeletal system

[부록C]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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