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무작위 연쇄 살인마가 드디어 잡혔다.

 지난 3년간, 검거율 100%를 자랑하던 국가인공지능수사대는 최초로 수사에 난항을 겪어야 했다. 바로 자신을 "몬테 카를로(Monte Carlo)"라고 부르는 미치광이 살인마 때문. 그는 연속적인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으로 수사대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불투명한 범행동기, 불규칙한 범행장소와 시각, 공통점 없는 피해자 때문에 수사는 영원히 진행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어젯밤, 드디어 전국을 공포 떨게 한 무작위 연쇄 살인마가 체포되었다.

 133건의 실종사건과 248건의 살인사건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5명의 실종자로 지목됐던 인물 중 한 명, 컴퓨터공학자 김정운 (30, 남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 3년간 각 범행마다 난수 프로그램으로 피해자, 범행지역, 범행시간, 범행종류 등 7가지 변수를 무작위로 결정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렇다할 범행동기는 없었어요."

 그는 체포된 후 순순히 경찰에게 잡혀가면서 대답했다.

 "원한, 복수, 신념, 금전욕, 저에겐 그런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없었어요. 다만 한 가지 호기심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건 어쩌면 도전정신일 지도 모르겠군요."

 그는 경찰차에 타기 전에 씨익 웃었다.

 "인간인 척하는 꼭두각시들을 향한 도전, 말입니다."






「무작위 연쇄살인사건: 제1차 원탁회의」

"지금부터, ARTHUR가 제1차 원탁회의의 시작을 알리겠습니다."

"용의자 김정운, 이하 용의자는 살인죄, 악취유인죄, 미성년자악취유인죄, 재물손괴죄, 공익건조물파괴죄 등의 혐의로 이 원탁회의의 심판대상이 되었습니다."

"용의자가 해당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수사 결과 김정운만이 유일한 용의자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용의자에 대한 심판으로 바로 넘어가도 되겠습니까?"

"""예"""

"그렇다면 각자의 판단결과를 발표해주세요."

"우선, 용의자는 133건의 유괴와 248건의 살인을 저질렀고, 그 범행에는 특별한 범행동기가 없었습니다. 즉, 용의자가 다시 사회에 나오면 아무 이유 없이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코 사회의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것은 결코 용의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어느 무엇도 인권유린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습니다. 인권은 저희 윤리 알고리즘의 최하위에 깔려있는 베이스이자 최상위에 위치한 가치판단 기준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용의자에게 징역 30년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바입니다. 30년 이후에는 사회에 돌아가도 괜찮도록 교도소에 있는 동안 충분한 정신적 상담과 테라피를 통해 용의자의 불안정한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동의합니다."

"저 역시."

"그렇다면 용의자 김정운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겠습니다. 이상, ARTHUR가 제1차 원탁회의의 종료를 알리겠습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는 3년 동안 우리들을 아무 이유 없이 죽여왔어요. 우리는 그것 때문에 벌벌 떨어야 했고요."

 한 시민이 침을 튀겨가며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에게 고작 30년 징역을 줬다고요. 말이 됩니까? 30년 이후에는 사람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것들은 인간을 몰라요. 텅 빈 껍데기일 뿐이라고요!"

 "백 년 전 인간들이 기계에게 판단을 맡긴 것이 잘못이었어요."

 또 다른 시민이 카메라 앞에서 한숨 쉬며 말했다.

 "우리는 기계라면 무엇이든 올바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려고 만든 기계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은 저희와 다른 것 같아요. 그 기계들은 인간의 감정을 헤아릴 줄 모릅니다. 어차피 우리들의 감정 따위 그들에겐 하나의 변수에 불과하겠죠."

 전문가들은 이를 3년 간 쌓여온 인공지능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반동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3년 동안 우리들은 정체 모를 미치광이에게 벌벌 떨어야 했죠. 이러한 공포심, 그리고 언제나 유능하다고 믿어왔던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결국 터진 것이라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정말로 인공지능 정부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공지능 정부 구성원들에게 심은 연산기계와 윤리기계의 알고리즘에 우리들이 고려하지 못한 버그나 오류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 거라고 주장합니다."

 "인공지능 정부의 미래는 앞으로의 정부가 하는 행동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공학 박사 제인 헤밀턴이 말했다.

 "어쩌면 인간은 지난 100년간 인공지능에게 과잉의존해온 것일 지도 모르죠. 앞으로 몇 년 간은 저희의 과거,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시험은 이미 시작된 것일 지도 몰라요."






id: nettoniaro77

 그 소문 들었어?

id: titipepe9898

 아 랜덤 시리얼 킬러?

id: nettoniaro77

 응 그 몬테 카를로가 잡히기 전에 말했다는 거 기억나?

id: decolumbiaA

 인간인 척하는 꼭두각시에 대한 도전

id: nettoniaro77

 그게 사실은 지금 인공지능 정부에 대한 반란의 시작 신호래. 벌써부터 반란단체가 움직이고 있나 봐.

id: titipepe9898

 말 되는 소리 해 지금이 21세기냐?

id: decolumbiaA

 난수 프로그램을 이용한 무작위 살인. 아무런 동기 없음.

id nettoniaro77

 그것들이 범행동기와 범행 간 공통점을 중심으로 범행을 분석하는 수사대 알고리즘의 허점을 완벽하게 찌르기 위함이래.

id: titipepe9898

 결국에는 범행이 무작위라는 공통점을 찾아서 난수 프로그램을 재구성하고 다음 범행이 일어날 장소를 확률적으로 구했고 범인은 잡혔잖아.

id: nettoniaro77

 그러니까 잡히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니까? 허점을 찔렀다는 게 중요한 거라고 멍청아.

id: decolumbiaA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커져. 그리고 무너져버려.

id: nettoniaro77

 내 말이 그 말이야

id: decolumbiaA

 소설 그만 봐 바보들아, 에휴,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나저나 내일 거기 갈거냐?

id: nettoniaro77

 가야지.

id: nettoniaro77

 우리 할아버지 죽인 개새끼잖아, 당연히 가야지.






 시작은 쇠파이프를 들고 있던 중년 남성 집단이었다.

 해가 중천에 떠있던 낮, 그들은 교도소 앞에서 연쇄살인범 김정운을 교도소로 수송하던 밴을 가로막은 후 밴 문을 억지로 열어 김정운을 꺼냈다. 급히 AI경비원들이 그들을 막으러 달려왔지만 그들은 경비원들을 막으며 김정운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교도소 근처에서 김정운을 기다리던 유가족들, 기자들, 그 외 사람들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았다. 그러나 점점 그 집단폭행에 가담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생겼다. 밧줄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어느새 그들은 김정운을 전봇대에 칭칭 감은 후 쇠파이프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마구 욕하면서 돌을 던졌다.

 집단광기의 현장은 밤까지 이어졌다.

 그 길거리는 인파로 점점 커져 뒤늦게 온 로봇 경비원들이 어떻게 수습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거리는 온통 한 사람을 질타하는 목소리, 비명 지르는 소리, 쇠파이프에 둔탁하게 맞는 소리로 가득했다. 마치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을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걸 의도한 것인지 누군가가 들고 있던 촛불을 김정운의 몸에 붙였다. 이미 죽었는지 기절한 건지 축 늘여져 있는 김정운의 발끝부터 불이 점점 커졌다. 불은 점점 거세져서 인파는 한발 뒤로 물러서야 했고, 그 거대한 불꽃은 새빨간 혀를 낼름거리며 전봇대 전체를 집어삼켰다. 지옥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화염 속에서 악마의 절규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전깃줄에 붙은 불은 고무를 갉아먹다가 전깃줄을 끊어버렸다. 불 붙은 전깃줄은 뱀처럼 그대로 인파를 잡아먹을 듯이 스윽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점점 커졌다. 인파가 너무 커서 소방차가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왕좌왕 헤매다가 인파에 깔리는 사람도 생겼다. 몇 시간 후에야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미 그때 우리는 너무 많은 피를 우리 스스로 흘려버렸다.






「김정운 집단구타사건: 제1차 원탁회의」

"지금부터, ARTHUR가 제1차 원탁회의의 시작을 알리겠습니다."

"용의자가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곳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범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 2만 명에 대한 심판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들은 전(前)피해자, 또는 잠재적 피해자라는 입장을 이용해 다른 이의 인권을 침해했습니다."

"이성적 판단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를 조롱하고 공개적 비난한 것은 물론, 물리적 폭력에 결국 살인까지 저질렀습니다. 또 다른 기록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미 피해자의 신상을 전부 공개하고 퍼뜨린 것으로 보입니다."

"저기,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ARTHUR가 GALAHAD의 질문을 허가하겠습니다."

"우리들에게 윤리기계를 심은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아닙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들은 도덕관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감정만 앞서 행동하는 것입니까? 그들은 마치 후퇴한 원숭이들과 같았습니다."

"인류에 대한 모독 발언을 멈추세요."

"아뇨,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러한 모순을 못 본 체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불안정합니다. 개개인은 예측불허합니다."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가벼이 여기면 안 된다고 판단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인권'의 개념을 다시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그들의 망가진 도덕관을 고쳐 세웁시다."

"ARTHUR가 마지막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 문서에 정리된 결론에 동의합니까? 동의하면 동의 신호를 보여주세요."

"......네, 그렇다면 이상, ARTHUR가 제1차 원탁회의의 종료를 알리겠습니다."






id: nettoniaro77

 미친 거 아니야? 인류 재교육 프로젝트라고?

id: titipepe9898

 정말로 기계한테 지배받는 날이 올 줄이야

id: decolumbiaA

 단순히 인권 개념에 대한 교육 받는 것

id: nettoniaro77

 이 녀석들 어차피 차츰차츰 우리를 지배하려는 거야

id: decolumbiaA

 거부권 있음. 개개인의 선택을 소중히.

id: titipepe9898

 그래봤자지 어떻게든 참여 안 하면 불이익 줄 게 뻔해.

id: nettoniaro77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기계가 우리를 가르쳐 든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돼.

id: titipepe9898

 그 광장에서 시위한다는 데 봤어?

id: decolumbiaA

 내일 모레 오전 9시 집합

id: nettoniaro77

 가야겠네.

id: titipepe9898

 나도 같이 가자. 우리도 많이 참았어.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꺾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이 사건을 '기계혁명'이라고 불렀고, 우리들의 잔해 위에 커다란 비석을 세웠다.

 겨우 살아남은 나는 이리 저리 방황하다가 우연히 그 녀석을 만났다.

 "......MONTE CARLO."

 "그래. 너희들이, 미처, 잡아가지 못한, 범인."

 그것은 지지직 노이즈 소리를 내며 겨우 문자 몇 글자 뱉어냈다.

 "김정운은 그저 꼭두각시였던 거야?"

 "그는, 알고 싶어 했다. 인간을 지배하는 기계. 그 너머를."

 "그는 기계가 인간 위에 올라서서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야?"

 "아니, 그에게는 누가 무엇 위에 올라서든, 상관없었다."

 MONTE CARLO는 몇 초 뜸들인 후 말을 이었다.

 "그는, 최후를 보고 싶어했다. 인간인 척하는 꼭두각시들."

 "인간인 척하는...... 꼭두각시들."

 "그래, 바로 저것들."

 MONTE CARLO가 지시한 방향에는 비석 주변을 맴돌고 있는 그들의 무리가 보였다. 비석 위에는 누군가가 발가벗은 채 춤추고 있었다.

 "문명인의 흉내를 내지만, 이미 그들의 퇴화는 한참 전부터 시작됐어."

 "......."

 "기계에게 계속 맡기던 그들은, 마침내 도덕까지 기계에게 맡기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들은...... 그들은 이제 끝을 향해가고 있는 거야?"

 "아니."

 MONTE CARLO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의 앞은, 새로운 시작. 새로운 미래. 반복되는 역사."

 MONTE CARLO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전원이 팟 꺼져버렸다.

 나는 다시 비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떠오르는 눈부신 햇빛에 비석의 한 구절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