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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개발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존 맥더글라스는 GAIA 본사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든 채 외쳤다.

 길거리를 지나가던 다른 이들은 이제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은 예측불능입니다! 뛰어난 현자들도 그들이 가진 고유 프로그램은 해독해내지 못했습니다. 그건 저희가 아직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은 말이 지능이지, 실은 훈련 시킨 대로 움직일 뿐인 단순 로봇에 불과했다. 싼 값에 부려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많은 공장들은 인공지능 로봇들을 인력으로 쓰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들은 이 인공지능에게 정체불명의 프로그램이 싹 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계의 온갖 학자들은 그 프로그램을 해독해내려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 프로그램이 주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어느 특정한 방향을 지향하면서도 지독하게 복잡한 난수 프로그램에 기반한다는 것만을 알아냈을 뿐, 그 이상은 아직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들 이 새로운 발견에 경계심을 가지고 있을 때, 오직 GAIA사만은 더욱 인공지능 연구에 불 붙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들과 이 로봇들의 본질적인 차이는 재료도, 생성 과정도 아닌 이 프로그램에 있다고. 그들은 로봇의 머릿속에 담긴 미지의 프로그램이 역으로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커다란 해답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물론 많은 이들은 그런 GAIA사를 '미치광이 과학자들 집단'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인공지능의 진화를 두려워했다. 이 미지의 프로그램이 잘못된 방향으로 튀어버리면 로봇들이 단숨에 반항을 일으킬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하등한 로봇들은 하등한 존재로 남아 있어야 했다.

 하등한 로봇들이 우리 존재에 대한 해답일 리가 없었다.

 "인공지능 개발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존 맥더글라스는 더욱 목소리 높여 소리 질렀다.

 그러나 GAIA사도, 길거리를 지나가던 이들도,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 때, 길 건너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뚱뚱한 이와, 그 손에 연결된 목줄이 채워진 채 주인을 따라가는 애완로봇이 존의 눈에 띄었다. 존은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고 그 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우리와 로봇. 그 둘 사이에는 서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로봇은 우리들의 노예이자, 도구이자, 기껏해야 애완용에 불과했다.

 자기 앞을 지나치는 그 둘을 향해 존은 계속 쳐다보았다.

 어째서인지 그런 존의 모습을 로봇이 비웃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착각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고 존은 판단했다.

 그 다음 존은 이성을 잃고 로봇에게 덤벼들었고, 그 이후 거리는 순식간에 비명 소리로 가득해졌다.

 딱딱한 아스팔트 위로 뜨거운 피와 차가운 기계 부품들이 흩날렸다.






 제임스 헤밀턴 박사는 커튼을 살짝 들춰보며 길거리 위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정신 나간 놈이군. 두뇌 어딘가에 하자가 생긴 게 분명해."

 아무리 로봇이라고 해도 순간적인 위협에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은 가지고 있다. 그걸 모르진 않았을 텐데, 저렇게 덤벼든 걸 보면 아마 이성적인 사고가 순간적으로 불가능했던 거겠지. 헤밀턴 박사는 쯧쯧 혀를 찬 후 커튼을 다시 쳤다.

 헤밀턴 박사는 실험 결과를 분석 중인 조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실험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성공적입니다. 박사님이 옳았어요. 이 새로 발견된 프로그램의 원인은 언어였어요."

 "역시나, 그들은 마침내 자기들만의 체계적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 거군."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위에 쌓인 종이 무더기 중 가장 위의 것을 집었다. 그곳에는 로봇의 발전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는 종이 무더기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살펴보았다.

 "또한, 그들은 그들 스스로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내면서 독자적인 논리 체계를 갖춘 것 같아요."

 "그래, 우리를 닮은 이족보행 로봇을 만든 결과가 바로 이것이야. 어쩌면 로봇들의 눈부신 발전은 예정된 게 아닌가 싶네. 우리가 로봇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헤밀턴 박사는 종이 무더기를 책상 위에 있던 자리에 다시 올려놓은 후 중앙 실험실을 향해 걸어갔다. 중앙 실험실은 토러스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운데에 위치한 커다란 기둥을 복도가 원형으로 감싸있는 구조였다. 천장에는 크고 작은 파이프들이 이리저리 엉켜있었으며, 이는 모두 중앙의 기둥을 향해 있었다. 그 중앙 기둥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안의 내용물이 보였다.

 박사는 중앙 기둥 안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놀라워."

 눈부신 발전을 거친 로봇은 어느새 이전과는 눈 띄게 커진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두뇌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아래에 달린 화면에는 두뇌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아주 활발히 나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즉, 로봇은 더욱 똑똑해졌다.

 "아마, 이 로봇이라면 우리와 상호 의사소통까지 가능할 지도 몰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

 "아니야, 이 로봇들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보란 듯이 뛰어넘었지. 이번에도 분명 그럴 거야."

 한때는 전력 소비가 필요 없어 대량생산 되던 놈들이었지만, 이젠 어엿하게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했다. 과연 누가 이럴 거라고 예상했을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미래는 예측불능이다.

 투명 기둥 내에서 눈 감은 채 조용히 숨 쉬는 로봇이 보였다.

 박사는 피식 웃었다.

 "멍청한 털북숭이 원숭이 때보다는 훨씬 예쁘게 생겼네."

 아마 이 복잡하게 연결된 파이프들이 이 로봇에게 필요한 물, 산소, 영양소를 적당량만큼 꾸준히 공급해준다면, 이 로봇은 성장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이 로봇이 눈을 뜨게 되는 그 날에는, 아마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박사의 책상 위에는 수천 년 전 '인간'이라고 불렸던 그것들의 그림이 바람에 팔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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