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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신 이야기

「공허한 바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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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나는 아마도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드디어 내가 신에게 선택 받은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다.


 지금 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커다란 나무 상자를 타고 매우 높은 탑을 오르고 있었다. 저 높이 어딘가에 연결된 실이 나를 하늘을 향해 끌어당기고 있었다. 탑 안은 이 나무 상자만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좁았고 지붕이 없는 저 꼭대기 말고는 빛이 들어오는 곳이 없어서 매우 어두웠다.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탑 안으로 들어온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꼭대기에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그러나 곧 그 분을 만난다.


 그러면 어찌 됐든 상관 없어.


 나는 위대한 정의의 신, 이슬라프에게 선택 받은 자다.





 

-2-


 이 마을에는 특이한 종교가 있습니다.


 그들이 숭배하는 정의의 신 이슬라프는 상반신은 독수리이고 하반신은 인간 다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분은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하늘에서 이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믿으며, 이슬라프에게 선택 받은 자들은 하늘로 올라가 그를 돕는다고 합니다.


 마을 한 가운데에는 매우 높고 가느다란 탑이 있습니다. 마치 매우 큰 빨대가 지구를 뚫어버린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탑이 바로 이슬라프에게 선택 받은 자들이 이슬라프를 만나기 위해 사용하는 '승천기'입니다. 탑 내부에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 크기의 나무 상자에 밧줄이 달려있는 구조입니다. 이 상자는 뚜껑 부분이 열려있고 높이가 성인 어른의 허리까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자에 올라탄 사람이 빛이 안 들어오거나 폐쇄된 공간이라 미쳐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이슬라프는 이 마을의 신전 사람들에게 선택 받은 자가 누군지 꿈속에서 알립니다. 그러면 신전 사람들은 선택 받은 자의 집에 직접 찾아가 선택됐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러면 선택 받은 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차려 입고 승천기가 있는 탑으로 갑니다.


 신전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 제사를 지낸 후 선택 받은 자는 이슬라프를 만나기 위해 하늘 위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아무도 탑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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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라프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신, 절대적인 롤모델이다.


 나 역시 이 사회에 정의의 심판을 내리고 싶었다.


 이제 그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사회, 이 세계의 정의를 위해 힘을 쓰게 된다.


 드디어 나는 나의 꿈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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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엄청 오래 전, 이 세상에는 이슬라프라는 자가 있었습니다.


 독수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상반신은 독수리였고 하반신은 인간이었으며, 등에는 갈색의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정의로운 성격이라 항상 마을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보고 괴물이라며 오히려 그를 무서워했습니다.


 하지만 이슬라프는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향한 두려움을 이용하여 악한 사람들을 밤에 몰래 벌을 주어 사람들을 악행으로부터 멀리하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슬라프는 하늘 높이 올라 지구를 한 바퀴 돌았고, 악한 마음을 품은 자들이 자기 마을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밤마다 지구 한 바퀴 돌고 마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벌을 주더라도 악한 사람들은 줄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슬라프는 바다 저 깊은 곳까지 이어진 미궁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악한 자가 보이면 그를 하늘 위로 들어 올린 후 미궁 위에서 떨어뜨려 그 속에서 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반성을 하고 다시 선해졌다 싶으면 그를 다시 미궁에서 들어 올려 그가 있던 마을로 다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그렇게 온 지구는 평화로워졌지만 괴물 같은 독수리가 인간을 지배하려 한다면서 일어난 몇몇 사람들이 이슬라프를 공격했고, 습격에 당한 이슬라프는 죽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이슬라프가 죽은 후, 세계는 이슬라프의 정의심을 마침내 인정했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후에도 이슬라프는 항상 지구를 지켜보며 지금도 세계의 정의를 위해 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5-


 이슬라프는 항상 옳다.


 교육이야말로 악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이다.


 나 역시 교육자이다.


 이슬라프를 본받아 이 마을의 여성과 아이들의 마음에서 악한 마음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무료로 교육을 지원했다.


 그래서,


 그렇기에 이슬라프는 나를 골랐다.


 이제 나도 내 마을뿐만이 아닌, 세계의 정의를 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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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슬라프에게 선택 받아 승천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이들 중 단 한 명도 다시 내려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모두 세계의 정의를 위해 노력하느라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기에 너무나 바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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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받은 자가 승천기를 타는 것을 보며 제사는 끝났다.


 나는 그 지루한 제사가 끝나자마자 하던 공부를 마저 하기 위해서 도서관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내 전공은 의학 분야인데, 깊이 들어갈 때마다 신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심화 연구가 금지되어 왔다. 덕분에 다른 학문이 발전할 때마다 의학은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신이 보장해준다는 정의일까.


 정의의 신 이슬라프는 독수리 인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독수리 인간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독수리와 인간은 애초에 서로 다른 종이다.


 절대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마을은 독수리 인간의 존재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이상한 걸까?


 나는 읽던 책을 덮고 책상에 엎드렸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지만 그 망할 신이라는 작자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 신이라는 놈은 존재 불가능한 독수리 인간이다.


 결국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의해 방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쩌면 독수리 인간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8-


 하루가 지난 듯하다.


 이제 여분으로 가져왔던 식량도 다 떨어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하늘은 그렇게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너무 얕봤다.


 하지만 내가 올라온 만큼 나는 하늘과 더욱 가까워진다.


 나는 지금도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으며, 동시에 하늘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곧 하늘과 닿을 수 있다.


 이 시련도 이슬라프 님과 만나고 나서는 그저 별 것 아닌 것 중 하나가 될 뿐이다.





 

-9-


 궁금해졌다.


 과연 독수리 인간은 존재하는가.


 신은 독수리 인간이다.


 따라서 이 질문은 곧 신의 존재를 묻는 질문이다.


 그것은 오묘하게 금기를 벗어난 말장난 같은 질문이었다.


 나는 도서관 책상에서 일어났다.





 

-11-


 혹시 이슬라프는 중간에 날 버린 걸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것은 한참을 올라가도 도착하지 못하는 하늘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을 때 들기 시작한 생각이다.


 아니, 내가 의심을 품어서 그 분께서 화가 나신 것이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죄악이다.


 아아, 나는 이제 죄인이다.


 죄인은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이슬라프는 정의의 신이기 때문에 나는 이제 곧 처벌 받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나무상자를 꽉 잡았다.


 싫어.


 나는 나무상자 안에서 몸부림을 쳤다.


 싫다고.


 어쩌면 내가 계속 상자를 흔들면 나무상자는 다시 내려갈 지도 모른다.


 싫어.


 나는 더 절규했다.


 싫어.


 더욱!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뚝.


 나는 상자와 함께 미궁을 향해 하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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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아침 해가 밝았다.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도서관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서 선생님은 벌써 책 정리를 마치고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생물 관련 책장에서 <독수리의 해부학적 구조>나 <종의 기원>과 같은 여러 책들을 꺼냈다. 그것은 인간의 호기심과 의학의 발전을 저해한 신에 대한 나의 소심한 복수의 시작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날개 달린 인간, 이카루스>라는 책까지 모은 후 나는 사서 선생님께 가져다가 대출을 받았다. 사서 선생님은 가져온 책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대로 책을 들고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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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승천자'


 죄목: 살인죄


 위 승천자는 마을의 여성과 아이들을 납치, 감금하여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물리적, 성적 폭행을 가해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두 '악마'라고 판정하여 죽였으며, 창고에 시체를 쌓아 두었다. 피해자는 여성 어른 10명과 청소년 12명으로 총 22명. 이러한 이유로 '승천'을 허가한다.


* * * * * * * * * 


 20대 '승천자' (예비)


 죄목: 불경죄


 위 승ㅓㄴ자는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었으며, 금기를 넘어선 연구를 시도하려고 한 경력이 있다. 국립도서관에서 <독수리의 해부학적 구조>, <변종인간의 역사>, <유전자 조작>, <종의 기원>을 빌렸으며, 이후 자기 집에서 여러 마리의 새를 해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이유로 '승천'을 허가한다.





 

-14-


 다음 날 아침, 나는 이슬라프에게 선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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