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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속이는 이야기

「진홍의 체인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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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25일 오후 9시, 김 모 양(24)이 숨진 채 강동구의 자신의 저택에서 발견되었다. 저녁 7시 경에 죽은 것으로 판단되며 사인은 다량 출혈, 흉기는 전기톱으로 추정된다. 김 모 양은 딱히 의지할 만한 가족이나 부모가 없었으며, 친구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살인범은 그런 점을 이용해 김 모 양을 죽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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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26일 오후 8시, 이 모 양(23)이 강남구의 한 저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저녁 7시 경에 죽은 것으로 판단된다. 흉기가 전기톱인 점과 이 모 양에게 의지할 만한 주변 인물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제 김 모 양을 죽인 범인과 동일 인물이라고 추정된다. 다만 김 모 양과 이 모 양 사이의 연관성이 적어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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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었어 그 소문?"

 "아, 그 뇌물 주고 받다가 싸워서 한 명이 죽었다던가 하는…"

 "그거 보다 더 중요한 거! 그 전기톱!"

 "혹시 엽기 연쇄 살인마 말하는 거야?"

 "그래 그래,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저녁 7시에 들어와서는 전기톱으로 토막 낸대!"

 "우와, 요즘 시대에 누가 그런 토막 살인 하는 거래? 장기 매매 아니야?"

 "글쎄, 사라진 신체 부위는 없다던데? 훔쳐간 것도 없나 봐."

 "우웩, 설마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라는 거야?"

 "그거 징그러워. 나 참, 이럴 때 경찰은 뭐하고 있는 거래?"

 "제대로 나온 신문 기사도 별로 없어.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그것보다 너 조심해, 너도 자취방에서 혼자 살잖아."

 "그래 너도 조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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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홍의 체인쏘"


 다들 나를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살인마로 보는 것은 그들만의 망상일 뿐이다.


 그들은 기사 넘어서의 뒷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한다.


 알 수가 없지.


 그것이 기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사회악을 만들어 모든 이들의 관심을 주목한다. 여러 곳으로 분산 된 사람들의 관심을 한 곳으로 모으면 모을수록 기자들은 돈을 번다.


 돈을 벌기 위해 더욱 왜곡한다.


 그들의 마음속은 타르처럼 끈적하다. 사실만을 말하지만, 사실을 모두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람들이 대놓고 드러난 사실보다 숨겨진 진실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더 알고 있다. 감출수록 사람들은 더욱 찾으려 하며, 그럴수록 리포터들은 웃으며 그들의 돈을 챙겨간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진홍의 체인쏘와 칠흑의 리포터, 누가 더 거짓에 가까울까?




"Man is not what he thinks he is,

he is what he hides"

-Andre Malra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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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의 체인쏘에 대해서 들었어?"

"오늘도 뉴스에 나왔어, 어떡해!"

"저녁 7시만 되면 온통 빨간 옷을 입은 남자가 빨간 전기톱을 한 손에 들고 길거리에서 혼자 질질 끌고 다닌대."

"그거 무서워!"

"게다가 옷이랑 전기톱이 빨간 이유가 사람 자를 때 나온 피가 묻어서 그렇대!"

"얘, 무서운 이야기 좀 그만 하자!"

"농담이야, 농담. 옷에 피 묻는다고 빨간 색이 되지는 않아. 다 소문이지."

"그래도…… 살인마가 돌아다니는 거는 사실이잖아."

"그래, 그러니까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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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에는 박 모 양(24)이 죽어버렸다. 다섯 번째 피해자다.


 '사회에 동떨어진 젊은 여성들을 노린다.'


 '하루 간격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저녁 7시 경에 살인을 저지른다.'


 "하, 서울 한복판에서 잭 더 리퍼의 부활인 건가……"


 나는 신문지를 접고 책상 한 구석에 던져버렸다. 신문지와 책상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사람이 세 명 뿐인 오피스는 매우 조용했다. 이번 사건은 특수성이 짙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특수반이 수사한다.


 "그나저나 윗사람들도 너무하네,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거대한 사건에 세 명만 투입하는 거지? 우리만 지금 생고생이야."

 "꼬리가 길면 잡힌다,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방 왼쪽 책상에서 엎어져 있던 한 명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런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자면 이것은 이른바 대국민을 상대로 도박이다.


 정보가 적을수록, 정보가 불명확할수록 우리에게 유리한 정보전이다.


 어라, 이거 완전 사기꾼 같잖아.


 순간 윗사람들이 계획하고 우리들이 연기하는 소소한 역할극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When you can't tell the truth, tell *a* truth."

-Greg Cox, The Bestseller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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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김 모 양(22)이 죽어버렸다.


 경찰은 절대로 살인 현장을 공개하지 않는다.


 나는 담배 하나 물고 타자를 열심히 했다. 멀리서 찍은 주택 사진, 겨우 모은 몇 가지 정보들의 나열. 그것으로 나의 작업은 끝난다. 그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구별할 능력은 나에게 없다. 그저 몇 개 안 되는 정보들을 배열한 후 저기 화장이나 하고 앉아있는 편집장님에게 주면 되는 것이다. 편집장님은 그러면 내가 나열한 정보 중 공개할 것과 아직 공개하면 안 될 것으로 분류한 후 다시 나에게 넘겨줄 것이다. 이것은 그런 작업의 반복이다.


 공개하는 정보와 공개하지 않는 정보의 차이란 무엇인가요?


 언젠가 그런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다.


 편집장님은 붉은 입술을 씰룩거리다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여자도 올누드보다는 부분 노출이 더 꼴리잖아? 그런 거야, 이런 작업도."


 정말로 편집장님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대놓고 드러난 사실보다는 은밀하고 보일 듯 말듯한 진실이 더욱 달콤해 보이는 법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겠지.


 거짓말쟁이.


 그러면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별 수 없다는 투로 말할 것이다.


 그러게.




"A lie that is half-truth is the darkest of all lies."

-Alfred Tenn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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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당신이 그렇게 숨기고 있는 사실이란 것들이 무엇입니까?

 A. 범인 몽타쥬, 증인 인터뷰, 범행 현장, 증거 등 여러 가지.


 Q. 어째서 숨기고 있는 것입니까?

 A. 그것이 우리의 삶의 방식이니까. 거짓말쟁이의 삶이지.


 Q. 당신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까?

 A. 아니, 거짓말쟁이는 아니야. 거짓말쟁이는 거짓말하지만 우리는 사실만 말하거든.


 Q. 무슨 의미이죠?

 A. 그러니까, 사실을 말하면서도 거짓말쟁이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야. 사기꾼들도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어. 단지 엄청 중요한, 그것도 중심이 되는 사실을 숨겨서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것일 뿐이야.


 Q. 그렇다면 당신도 그 중심이 되는 사실을 현재 숨기고 있다는 뜻입니까?

 A. 어쩌다 보니. 그것보다도 이 질문은 누구에게 하는 질문이지?


 Q.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A. 글쎄. 이 세상엔 사기꾼들이 너무 많아서 나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그런 꿈을 꿨다.


 "피곤해서 별별 꿈도 다 꾸는구나."


 나는 깊은 하품을 하면서 정장을 걸치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도 사기꾼은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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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진홍의 체인쏘가 정말로 새빨간 이유는 온통 새빨간 거짓말투성이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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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죽지 않았다.


 죽은 건 거짓 뒤에 감춰진 더러운 진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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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자, 이 정도면 충분해.


 이 정도면 아무도 그 사건을 기억하지 않을 거야.


 감독이 그렇게 말하며 배우들에게 돈다발을 건네 주었다.


 그러자 '진홍의 체인쏘' 역 배우는 아쉽다며 전기톱을 내려놓았다.


 처음부터 그 전기톱을 쓴 적은 없지만.


 '경찰' 역 배우들은 이제야 끝났나면서 '진홍의 체인쏘'의 두 손목에 수갑을 찼다.


 처음부터 '경찰'은 '진홍의 체인쏘'를 알고 있었다.


 '기자' 역 배우들은 경찰이 수갑 차는 모습을 사진 찍으며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기자들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감독은 천천히 무대 뒤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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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거짓말처럼 '진홍의 체인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Pay no attention to the man

behind the curtain!"

-L. Frank Baum, The Wonderful Wizard of 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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