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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가두는 이야기

「부정하는 남자」


-1-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잘못 믿는 자들만큼

 희망을 잃은 노예에 어울리는 사람들도 없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따금 궁금했다.


 어째서 그들은 감금을 하는가, 하고.


 물론 '그들'이라 함은, 뭐라고 해야 하지, 세상에 널린 감금범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 질문은, 그러니까 감금하는 사람들이 왜 감금하는가 하는 말장난 같은 질문이다. 무언가를 가둔다는 것은 보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관하는 이유는 차후에 쓰기 위함 때문이겠지. 즉, 누군가를 가둔다는 행위는 그 누군가를 차후에 이용하기 위함을 의미한다.


 인간을 이용한다. 어떤 의미로?


 예를 들면 단순히 화풀이의 상대가 될 수 있겠다. 복수, 원한에 대한 분노일 수 있고, 사회의 악을 처벌하기 위함도 있으며, 그저 단순한 화풀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의 변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성욕으로 가득 찬 변태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변태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성적 욕구 충족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가둔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들만의 변태적 행위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종교적인 의식일 수도 있다. 가둔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특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둔다는 행위의 철학적 의미란?


 거기까지 생각을 하다 나는 헛소리를 멈췄다.


 아무래도 이 이상의 현실도피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불필요보다는 오히려 낭비, 비효율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에고고, 그게 아니지."


 어쨌든 지금은 이제 현실을 파악할 차례였다.


 나는,


 나는…


 "……감금 당했네요."






-2-


 "어디 보자……"


 우선 앞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으로 양손이 묶여 있었다.


 난 지금 의자 묶인 채로 앉아 있는 듯했다.


 말할 수 있는 걸 보니 입은 풀려있다.


 "정신 차렸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많이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니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정신이라면 언제든지 차려 있었는데요."


 아차, 난 지금 감금 당한 상황이지.


 생사여탈권은 저쪽에게 있다. 괜한 헛소리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편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하하하, 너 정말 유쾌한 녀석이구나! 물론 그러니까 여기 데려왔지."

 "당신은 절 아나요?"

 "글쎄, 난 나도 모르는데 너까지 알 여유가 없거든."


 그런가요. 나는 순순히 납득을 했다. 그 기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통은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더 알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절 이렇게 가둔 이유는 뭔가요?"

 "흐흥…… 글쎄? 널 데려온 건 그저 말친구를 원해서였을 뿐이야. 별 다른 의미는 없어."

 "그렇다면 당신은 앞도 안 보이고 몸도 못 움직이는 말친구를 원하셨던 건가요? 흠…… 취향이 꽤 독특하시네요."

 "난 딱히 그런 말친구를 원한 적은 없는데 말이지…… 하하."

 "그러면 이거 어떻게 좀 해보면 안되나요?"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한참 동안의 침묵 후 그가 다시 말했다.


 "자, 그러면 이렇게 해보자. 내가 너에게 퀴즈 세 문제를 낼게. 모두 다 대답하면 너에게 여기서 나갈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해주지. 어때?"

 "……글쎄요."


 퀴즈라니, 솔직히 아직도 저쪽의 의도를 하나도 모르겠다.


 "네가 싫다 하면 어쩔 수가 없다구. 근데 너 설마 눈 앞이 안 보이고 양 손이 안 움직이는 이런 거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거야?"

 "…..글쎄요."


 뭐가 '글쎄요'냐.


 "와아, 네가 나한테 취향 운운할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말이야, 네가 그런 마조히스트 변태라면 어쩔 수가 없는데 말이야, 그래도 그러면 있잖아, 내가 재미가 없다구, 내가.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말친구'가 필요해서 널 데려온 거지 너의 변태적 취향을 맞춰주려고 데려온 게 아니거든."


 그렇다. 잡담하느라 잊었지만 나의 생사여탈권은 여전히 그에게 있는 것과 다름 없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맞춰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겠지.


 "그러니 다시 물어볼게. 퀴즈, 할 거야?"

 "……네, 하죠."


 어쩔 수가 없다.


 "합시다. 마침 저도 퀴즈를 즐기고 싶던 참이었어요. 퀴즈는 제 취미거든요."

 "헛소리하네."

 "네, 맞아요."


 남자는 "역시 유쾌해서 좋다니까"라며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한 후 어디론가 갔다.


 어디론가 갔나?


 점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으니 어디론가 갔을 것이다.


 난 다시 혼자가 되었을 것이다.


 처음과 같이.






-3-


 "대부분의 우리는 무언가에 의해 갇혀있다.

 우리는 무언가가 스위치를 켜기 전에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

 -와이노나 주드




 속박.


 묶여있다는 의미다.


 우리 모두는 묶여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속박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묻겠지, 나는 지금 누구에게도 속박 당하고 있지 않은데?


 하지만 그 말을 꺼내려고 한 순간 당신도 아차 하고 생각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에 의해서, 선생님에 의해서, 상사에 의해서, 정치인에 의해서.


 예를 들어, 돈에 의해서, 관계에 의해서, 사회법칙에 의해서, 자연법칙에 의해서.


 우리 모두는 묶여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의해, 무언가에 의해 속박 당하고 있다.


 감금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 가보자.


 어째서 그들은 감금을 하는가.


 어째서 그들은 우리를 감금을 하는가.


 어째서-






-4-


 "내가 돌아 왔다구, 친구!"

 "에고고……"


 뜬금없이 유쾌한 그의 목소리가 생각하는 도중에 튀어나왔다.


 "그래서 퀴즈는 어떻게 됐나요?"

 "일단 하나 생각났어, 하나."

 "그렇다면 얼른 주세요. 퍼즐을 너무 풀고 싶다고요."

 "재촉하지 말아봐. 어차피 이 문제는 너도 알 거야. 아마 살면서 열 번은 들었겠지. 아니, 무의식적으로는 백 번도 넘게 들었을 지도 몰라. 게다가 답도 매우 간단하고 일방적이야."


 하지만,


 "하지만 너의 반응이 뭔가 궁금한데, 친구."


 그러신가요.


 그렇다면 여기서 첫 번째 문제……






-5-


 비가 오는 날 저녁, 당신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는 당신 외에도 회사원 한 명, 뚱보 한 명, 고등학생 한 명, 여인 한 명, 그리고 노인 한 명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노인 한 명이 갑자기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회사원, 뚱보, 고등학생, 여인 순서로 검지로 가리키며 "소, 돼지, 닭,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노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여 도대체 그 동물들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노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하는 말이,




 "그들이 저녁으로 먹은 것이라네."






-6-


 "......끝?"

 "응."

 "저기, 죄송하지만 이건 시대착오적이고 그냥 흔해 빠진 괴담일 뿐이잖아요."

 "그렇지."

 "게다가 초등학생 수준이에요."

 "부정하지 않을게."


 앞이 보이진 않았지만 아마도 저 남자는 매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농락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답은?"

 "글쎄요. 보통 퀴즈는 물음표로 끝나는 데 말이죠."

 "아아, 왜 이렇게 사람이 까다롭냐구. 그러면 노인의 말 끝에 네가 '네?'라고 반문했다고 치자. 이제 물음표로 끝나지?"

 "그런 의미가 아닌데……"


 나는 한숨을 푹 내쉰 후 답을 했다.


 "답은, 할아버지의 능력은 거짓이다, 입니다."


 그러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남자가 웃었다.


 아마도 웃었을 것이다.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야."






-7-


 "우리들은 갇혀있지 않다고 믿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철장으로 밀쳐질 때까지 철장을 느낄 수가 없다."

 -에린 모르겐스테른




 단번에 부정 당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부정 당한다'라…… 이 기분, 뭔가 오랜만이네."


 아마도 지금 그는 다른 퀴즈를 준비하러 나갔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갇혀있다.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해설의 시간이다.




 우선 그들이 말하는 "정답"은 무엇일까.


 "정답"이란 인류의 대부분이 납득할 만한 풀이를 말한다.


 그러니 이 문제에서 정답을 말하라 하면 "저 여자는 저녁으로 인간을 먹었다."가 답이 된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정말 괴담 고전 중의 고전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인류의 대부분이 이 풀이를 납득하는 이유는 그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대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대전제란 "저 할아버지는 누가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라는 전제다. 그러나 아무도, 이 이야기의 화자나 할아버지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는 할아버지가 허풍쟁이라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정답"을 부정해보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현실적인 "오답"이 나오게 된다. "정답"과 "오답"의 차이는 '맞다', '틀리다'가 아닌 출제자의 의도에 '적합하다', '아니다'다. 결국 무엇이 맞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출제자도 모른다.


 그저 자신의 의도와 맞다 아니다 만을 말할 뿐이다.






-8-


 "오래 기다렸지?"


 또다시 유쾌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 남자가 다시 왔다.


 "얼른 두 번째 퀴즈를 주세요."

 "재촉하지 마라구. 물론 이번에도 매우 고전적인 퀴즈야."

 "알고 있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꼭 맞춰줄 테니까요."

 "하지만 나는 널 부정할 수 밖에 없겠지."

 "……완전 헛소리네요."

 "헛소리야."


 잡담은 집어치우고,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그렇다면 여기서 두 번째 문제……






-9-


 어느 날 한 아버지와 아들이 차를 타고 있다가 사고가 났다. 사고가 난 후 아버지와 아들은 재빨리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뒤늦게 온 정형외과 의사가 아들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니 내 아들이 이렇게 다치다니?"






-10-


 "뭐냐."

 "아닙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물음표로 끝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닌데."

 "그러면 문제가 있긴 있다는 거네."


 뭐, 문제니까 문제가 있겠지.


 "그것보다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하셨는데도 정작 들고 온 퀴즈는 더욱 재미 없는 고전 추리 퀴즈네요."

 "뭐, 그럴 수 밖에."

 "아뇨, 퀴즈를 준비하는 쪽은 최대한 열심히 퀴즈를 내야 돼요. 여기에 무슨 정당성이나 불가피함을 추가하려고 하지 마세요. 억지에요."

 "뭐, 그래도 답은 말해야 하잖아?"

 "그렇죠."


 이 경우에 답은 뭘까.


 첫 번째 퀴즈만큼 간단하다.


 "애초에 차를 타고 있던 두 남자가 부자관계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는 웃었다.


 웃었을 것이다.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야."




-11-


 "보안은 양날의 검이다:

 울타리가 울타리 안을 지켜주는 동안

 동시에 지키고 있는 것을 가둔다."

 -모코코마 모크호노아나


 어째선지 그 "부정하는 남자"는 가지 않는다.


 단지 가만히 서 있었다.


 나에겐 그쪽이 오히려 편하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편하다, 보다는 뭔가 안전하다는 기분이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12-


 "그렇다면 잠시 휴식 시간을 가져 보자."


 안 간 이유가 그거였던 건가.


 얼마나 지났다고 갑자기 휴식 시간이지. 퀴즈도 아직 한 문제 남았다고 당신.


 "혹시라도 불만을 가졌을까 봐 그런데, 이건 이야기 흐름 상 불가피 하다구.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야기의 필연성과 개연성을 따져 보면 지금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워."

 "그 설명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지금 휴식 시간을 갖는 건 자연스럽지도 않고 필연적이지도 않아요. 만약 이게 소설이라면 아마도 전 그 소설을 평생 읽지 않겠어요."

 "살살해, 살살. 이 이야기를 쓰는 작가도 마감이니 뭐니 때문에 심신이 많이 괴로워 한다구. 하루에 한 편씩 단편 쓰겠다고 하는데, 그런 미친 놈이 어디 있어?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니까 우리가 이해해주자."


 뭔가 이게 이야기라는 전제가 이미 깔린 채로 대화가 진행되는 듯 싶었으나 나는 간단히 무시했다. 그나저나 휴식 시간이라니, 무슨 속셈이지?


 "실은, 너에 대해 알고 싶어졌거든."

 "저 말입니까?"

 "당신 말입니다. 나의 말친구가 될 사람인데 너에 대해 모르면 솔직히 말이 잘 안 통할 거 아니야? 그런 말도 있잖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구."

 "그 말의 의미는 조금 다른데요……"


 푹 하고 다시 한숨을 쉰 나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뇌 속 끈적한 기억들을 헤집으며 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13-


 "우선, 저는 고등학생이네요. 정확히 말하면 고3이군요. 한 달 후면 수능이라고 하는군요."

 "아, 그러니까 너는 수험생이라는 것이냐?"

 "그렇다고 해요."

 "넌 너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하는 구나."

 "글쎄요."


 전 할 만한 '아는 사람 이야기'가 없어서요.


 "전 나름 우등생이었나 보네요. 전교 20등 안에 드는군요. 그런데 제 부모님은 그런 성적을 만족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항상 저에게 너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하셨지만, 저는 부담만 더욱 늘어날 뿐이었죠."

 "부담이라 말이지."

 "응원해준다고 하긴 했지만 그렇게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는 않아요. 오히려 사소한 것 갖고 자주 싸우고 다투나 봐요. 동생한테는 나쁜 형인 것 같아요. 화 날 때마다 항상 때리네요."


 그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말을 하게 됐다.


 말을 할수록 마음 속 어딘가가 안심됐다.


 왜?


 "선생님은 저를 귀찮은 존재로 보시는 것 같네요. 전교 20등이면 그렇게 나쁜 등수는 아니거든요. 그래도 좋은 대학교 가기에는 약간 부족한 등수라고 하시네요. 저 보고 최선을 하라고,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하지 마라고 매일마다 하시던데, 최선이라면 이미 다 하고 이젠 안 남았다고요."

 "그 20등이란 자리는 딱히 네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채울 지도 모르는 자리잖아."

 "그렇지만 그 자리에 제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중요한가?


 "그래서 저는 솔직히 말해 학교 생활이고 가정 생활이고 모두 화가 나요. 그곳은 저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불안한 걸요. 언제든지 저란 존재는 그 세상에서 추락이 가능하다고요. 항상 헛소리와 허풍으로 저를 보호하고 숨기지만, 그들은 가혹해요. 애당초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가 소멸 불가능한 감정이더군요. 그리고 전 이런 매일매일이 불안한 생활을 반복하고 반복해요."


 반복은 곧 일상이다.


 일상은 곧 현실이다.


 어쨌든 지금은 이제 현실을 파악할 차례였다.


 나는,


 나는…


"……감금 당했네요, 완전히."






-14-


 이번에 그는 웃지 않았다.


 웃지 않았을 것이다.


 웃지 않으며 그렇게 부정했다.


 "-아니야."






-15-


 "그럼 이제 세 번째 퀴즈를 시작하지."

 "이 퀴즈는 지금까지의 퀴즈 중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쉬운 퀴즈야."

 "아마 너라면 듣자마자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쩌면 너는 나에게 더 이상 부정할 기회를 주지 않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세 번째 문제……"




 "너를 가둔 나는 누구일까?"





-16-


 "가둔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마티아스 러스트


 처음부터 답은 알고 있었다.


 단지 그 답을 부정할 뿐이었다.


 나는 부정하는 남자다.


 아니 잠깐, 부정하는 남자는 저 쪽이잖아.


 결국.


 결국 원상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나는 부정한다.


 끝까지 부정하고 부정할 것이다.


 나는,


 나는……






-17-


 "이제 그만해. 넌 결국 너 스스로를 가두고 살고 있는 거야.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고, 모든 것으로 도피하고 싶다고. 그래서 너는 헛소리로, 허풍으로, 공포로, 겁으로, 온갖 허구적인 벽들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너는 너 스스로를 감금하는 거야. 모르겠어?"


 아니야.


 "결국 너는 감금 당하는 것이 싫어 스스로 감금하는 거라구. 이게 뭐야, 결국 결과는 똑같은 거 아니야? 아니, 더욱 더 비참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아니야.


 "이봐, 아무리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자."


 아니야.


 "애초에, 넌 눈이 가려지지도 않았고 양손이 묶여지지도 않았어. 너는 너 스스로 눈을 감고 양손을 깍지 꼈지."


 아니야.


 "혹시 목소리가 익숙하다 생각하지 않았어?"


 아니야.


 "왠지 모르겠지만 너는 내 행동을 읽을 수 있었겠지."


 아니야.


 "감금이고 뭐고 그런 건 단지 헛소리에 불과해."


 아니야.


 "눈을 떠."


 아니야.


 "손을 풀어."


 아니야.


 "그리고 나를 똑바로 봐."


 아니야.


 "내가 누구인지, 네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똑바로 보라고."


 아니야.


 "나는,"


 아니라고.


 "나는."


 아닐 거야.


 "나는……"







-18-


 "그리고 나는 떠났고 감금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윌리엄 애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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