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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책

시적 사적 잭: 살인 동기에 대한 무관심 [시적 사적 잭(詩的私的ジャック)]모리 히로시 지음 모든 것이 F가 된다 시리즈 네 번째 작품 "시적 사적 잭"은 아마 이 시리즈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동기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혹은 그걸 넘어 미스터리 장르 자체에 대한 어떤 도전처럼 읽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시적 사적 잭"은, 다른 미스터리와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려는 시도가 노골적일 정도로 보이는 작품이었다. 첫째로, 살인 트릭이다. 작중에서 나오는 밀실 트릭은 전공 지식이 없으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그런 트릭이다. 무슨 느낌이냐면, 어떤 범인이 CCTV에 찍히지 않고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던 방법이 실은 그 연구소에서 개발중인 투명 망토 덕분이었다는 황당한 전개. 비슷한 예시는 아니.. 더보기
웃지 않는 수학자: 기발한 발상과 그 중심의 거대한 회전축 [웃지 않는 수학자(笑わない數學者)]모리 히로시 지음 모든 것이 F가 된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웃지 않는 수학자"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연상케한다. 건축물 미스터리라고 하던가? 작중 배경이 되는 건물부터 이름이 '삼성관(三ツ星館)'이다. 당연히 그냥 건물이 아니라 수수께끼의 천재 건축가가 지은, 그만의 철학이 건물 전체에 담겨있는 특이한 건물이다. 연쇄살인사건은 주인공 모에와 사이카와가 초대받은 날에 일어난다. 심지어 그 살인사건은 오래전 그 건물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어보인다. 이쯤 되면 오마쥬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클리셰라면 클리셰다. 그러나 모리 히로시는 그런 클리셰를 차용하면서도 그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감출 수 없는 비범함이 있다. 그러니 첫번째가.. 더보기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탐정은 독자 대신 사고해준다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冷たい密室と博士たち)]모리 히로시 지음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잇는 S&M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그만큼 전작과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2권이란 그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는 존재다. 형에게 비교 당하는 동생 같은 것이다. 특히 그 형이 명문고 명문대 나온 천재일 경우, 동생이 받는 압박감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은 그런 동생이다. 고등학교에 오니까 형을 아는 선생님들이 어째서인지 당신을 첫날부터 기대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유명한 형의 동생이니까 분명 무언가 특별한 걸 보여줄지도 몰라. 하지만 기대와 달리 천재의 동생은 범재였다. 그때부터 비교의 늪은 시작된다. 그러나 정말로 이 작품은 범재인가? 사실 동생에게도 요리쪽에 천부적 재능.. 더보기
모든 것이 F가 된다: 강렬하게 시작하는 천재의 이야기 [모든 것이 F가 된다(すべてがFになる)]모리 히로시 지음 사실 내가 이 책을 읽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마 3년 전이었을 것이다. 한참 공부하기 싫을 때였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이것저것 읽어보던 적이 있었다. 딱히 추리소설을 잘 아는 것도 아니었고, 깊이 빠져있던 것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걸 읽으면서 "우와 추리소설 재미있다~" 하던 시절이었다. 추리소설의 탈을 쓴,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영양가 없는 그런 책이나 읽었다. (고전부 시리즈와 헛소리 시리즈를 읽으며 스스로를 추리 마니아라고 부르던 부끄러운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친구들이 나에게 생일 선물로 사준 책이 바로 '모든 것이 F가 된다'였다. 그런거 읽지 말고 "진짜 추리소설"을 읽으라는 친.. 더보기
디렉터스컷: 우타노 쇼고가 또 해낸 것 같다 (안좋은 의미로) [디렉터스컷(ディレクターズ・カット)] 우타노 쇼고 지음 밀실살인게임 읽고 크게 실망한 뒤로 크게 신경 안쓰고 있던 작가였지만, "살인을 생중계 합니다"란 부제목을 보고 '이 녀석 또 이상한 거 썼나보다' 생각하면서 집었다. 처음부터 깔 생각으로 책을 산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까겠다. 일단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그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탐정은 없고 대신 머리 이상한 놈들만 가득하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에는 추리소설 전매품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의 전말" 파트가 존재한다. 반전이랍시고 사건의 흑막이 나와서 이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한창 스토리가 클라이막스를 향해 고조되고 있을 때, 설명충 흑막 하나가 갑자기 나타나서 굉장히 연출된 길고 긴 설명을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렇.. 더보기
시인장의 살인: 좀비와 추리, 그리고 엄청난 허세 [시인장의 살인(屍人荘の殺人)] 아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좀비가 나온다면서 결코 단순한 추리물이 아님을 자꾸 홍보하길래 응 그래 한번 읽어볼까 고민하다 깜빡 잊어버렸던 책, 갑자기 오늘 생각나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일본에서 5관왕한 추리소설이라 해서 기대감 품고 읽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많이 실망스러웠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기존의 추리소설을 까고 있으면서 자신 스스로도 그와 별 다를바 없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야기는 추리소설 애호가 둘이서 주변인을 보고 맞추는 내기를 하면서 시작하는데, 둘의 추리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간다. 누가 봐도 이전 추리물에 등장하는 탐정의 풍자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전 추리물을 비판한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소재인 "밀실살인"이 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