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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시

죽음을.

죽음을.

천가을(千秋)


태어나면 곧 죽지만,

죽는다고 다시 태어나지 않아.

죽은 뒤에 어디론가 가지 않아.

죽으니까.

 

목숨은 하나 뿐이야.

잘 간직하고 있어야 돼.

하지만 의외로 가벼운 물건이라,

조금만 세게 쥐어도 깨져버려.

산산조각 난 유리파편을 들고 너는 물어

이렇게 쉽게 부서져도 되는 건가요?”

하지만 목숨이 하나라는 사실이

그것이 소중하다는 뜻은 아니란다.

 

죽은 뒤에도 사후세계를 믿는 멍청이들.

살아있다는 게 축복이라 생각하는 바보들.

잠시 밝아졌다 금방 꺼져버리는 불꽃 하나에

도대체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집어넣으려는 거야.

살아있어, 그건 곧 죽는다는 뜻.

죽었어, 다신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찾아보려 해도 이미 없어.

 

그러니까, 받아들이자.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어차피 죽는 이에게

무슨 가치가 있으랴.

그러니까,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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