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수학자(笑わない數學者)]
모리 히로시 지음
모든 것이 F가 된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웃지 않는 수학자"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연상케한다. 건축물 미스터리라고 하던가? 작중 배경이 되는 건물부터 이름이 '삼성관(三ツ星館)'이다. 당연히 그냥 건물이 아니라 수수께끼의 천재 건축가가 지은, 그만의 철학이 건물 전체에 담겨있는 특이한 건물이다. 연쇄살인사건은 주인공 모에와 사이카와가 초대받은 날에 일어난다. 심지어 그 살인사건은 오래전 그 건물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어보인다. 이쯤 되면 오마쥬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클리셰라면 클리셰다. 그러나 모리 히로시는 그런 클리셰를 차용하면서도 그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감출 수 없는 비범함이 있다. 그러니 첫번째가 '강렬한 인상,' 두번째가 '치밀한 추리'였다면 이번에는 '기발한 발상'이란 키워드를.
사실 작중 나오는 살인 트릭은 이전 두 작품에 비해서 간파하기 쉬운 편이다. 오히려 노골적이라 해야하나, 누군가는 본문을 읽기 전에 나오는 삼성관의 평면도를 보자마자 눈치챌지도 모른다. 작중 나오는 산수 퀴즈처럼, 답을 알고보면 정말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는 단순한 퀴즈 수준이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작가 모리 히로시가 가진 비범한 통찰력이다. 특히 삼성관이란 건축물이 내포하는 철학이나 구조가 작중에 나오는 살인사건, 그리고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와도 일관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안과 밖이란 무엇인가? 이 세상의 중심은 어디인가? 그리고 당신은 누구인가? "그것은 당신이 정의하기 나름이다!"
작중에서는 가타야마 기세이란 천재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나오지만, 그 컨셉 자체는 작가가 떠올렸을 것이다. 안과 밖이 뒤집힌, 오리온 자리를 형상화한 삼성관. 거기에 사라진 오리온 동상의 미스터리. 이 모든 아이디어가 어떤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읽고난 다음에는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리 히로시는 천재다! (사실 이미 스포일러 한 거나 다름없지만, 아무튼.)
이번 작품에서도 모리 히로시가 만든 천재 덴노지 쇼조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모든 것이 F가 된다'에서도 말했지만, 그가 작품에서 등장시키는 천재는 그 안의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읽고있는 우리들도 그들에겐 정말로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게끔 만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덴노지 쇼조는 마가타 시키에 미치지 못한 인상이 있다. (사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네 번째 작품이었다고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지적했듯 살인 동기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말도 안 되는 정도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살인 동기의 개연성'이란 말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도대체 어떤 선을 넘어야 "아, 이 사람은 사람을 죽일만하다" 하고 인정을 받게 되지? 그걸 인정 받는다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건 또 별개의 문제 아닌가?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면, 결국 어떤 사소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동기 때문에 살인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이 결코 말도 안 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견해일뿐이다.)
계속 말해왔지만 이 시리즈에서 살인자의 동기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작가의 개성이 아니라 이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성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다음 작품 "시적 사적 잭"에서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중의 천재 수학자 덴노지 쇼조가 낸 퀴즈로 마무리 지어볼까 한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트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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