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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시

중력은 내 친구

중력은 내 친구

천가을


오늘도 추락하는 꿈을 꾼다
수많은 은하를 가로질러서
마침내 더러운 흙먼지로 환원되는

눈을 떠보면 바닥이다
언제나 아래만 보고 살고있다
민달팽이처럼, 착 달라붙어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나는
저 새까만 밤하늘이 좋았어
뻣뻣한 목뼈를 우두둑 꺾으면서
가끔씩 하늘을 바라본다

다시 아래를 본다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바닥이 발에 닿고 있고
하늘은 머리 위에 높게 떠있고

그래, 날개가 없는 인간에게
영원한 비행을 선물해주자
하나둘 신호에 맞춰 발돋움하면 오늘도,

추락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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