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천가을(千秋)
태어나면 곧 죽지만,
죽는다고 다시 태어나지 않아.
죽은 뒤에 어디론가 가지 않아.
죽으니까.
목숨은 하나 뿐이야.
잘 간직하고 있어야 돼.
하지만 의외로 가벼운 물건이라,
조금만 세게 쥐어도 깨져버려.
산산조각 난 유리파편을 들고 너는 물어
“이렇게 쉽게 부서져도 되는 건가요?”
하지만 목숨이 하나라는 사실이
그것이 소중하다는 뜻은 아니란다.
죽은 뒤에도 사후세계를 믿는 멍청이들.
“살아있다”는 게 축복이라 생각하는 바보들.
잠시 밝아졌다 금방 꺼져버리는 불꽃 하나에
도대체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집어넣으려는 거야.
살아있어, 그건 곧 죽는다는 뜻.
죽었어, 다신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찾아보려 해도 이미 없어.
그러니까, 받아들이자.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어차피 죽는 이에게
무슨 가치가 있으랴.
그러니까,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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